엄마,
사람은 나면 어차피 다 죽는 거잖아요.
해서 저 막 살기로 했어요.
아시죠?
이래 사나 저래 사나 한 줌 흙으로 돌아 간다는 것.
더럽고, 치사하고 거지같이 살라고요.
10분 간격으로 물레방아 돌리고, 5분 간격으로 떡 방아 찧고, 패고 두드리고 쑤시고 등 돌리고 분탕질을 하는 영화 맹글어야 먹고 살 수 있다네요.
몰랐는데 넘들이 그런 걸 좋아한다잖아요.
생각하기 싫다는데 어쩌겠어요.
저도 생각하기 싫거든요.
자부심 이런 거 사전 속에 꼭꼭 숨겨 놓을라구요.
치매 걸려 분탕질 하나 맨 정신에 분탕질 하나 한 번은 해야만 하는 거라면 지금 할라구요.
그 간은 꼴값을 떠느라고 고고 뭐 그땃짓 한 번 해볼까 했는데 말이죠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서 포기했어요.
널린 게 돈이고 맘만 슬쩍 바꾸면 되는 그길을 몽통하게 곧이 곧대로 육신 놀려 벌어 먹고 살았는데요 이젠 늙어서 걍 머리나 굴리면서 입만 움직이고 살아 볼까 합니다.
서방도 없고 자식도 없고 기댈 노후도 없으니 도둑질 하는 것 보다 낫지 싶어서요.
그런데 왜 눈물이 나죠?
수 억을 번다한들 행복이야 하겠나 싶으네요.
엄마네 선산 전경
엄마가 좋아 하시던 바다-묘지에서 바라 본
내 아부지가 아닌 넘의 처 엄마 비석
묘지 옆에 핀 제비꽃
엄마 좋아하던 노래 한 곡 들려 줄게.
꿈과 근심
밤 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았더니
님 보러 가는 길엔 반도 못 가 깨었네
새벽 꿈이 하 짧기에
근심 짧은 줄 알았더니
근심은 근심으로 끝 간 데를 모르겠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거라
술도 못 드시는데 막걸리를 뿌리며-이런 거이가 바로 형식적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