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을 해 본 아침
중이 되고 싶었던 지난 날들
피식피식 웃음이 나왔다.
쥐뿔도 모르면서 삶이 버겁다는 둥 우짜고 난리를 치면서
중이 되면 마치 그 모든 것에서 부터 헤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어줍잖은 판단을 내리고
절간을 찾아 든 그 시절을 되돌아 봤다.
왜 중이 되고 싶었을까?
중이 되면 산책이나 하고 남이 해 준 밥 먹으면서 맘 내키면 팔도강산을 자유롭게 돌아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내 끝없는 게으름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런데 중이야말로 느므느므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이란 걸 알았다.
새벽 3시에 잠을 자는 건 자신이 있었지만 그 시간에 일어나서 예불 공양을 드려야 하고
심지어 죽을만큼 싫어하고 겁내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 이후
중이 되고 싶은 생각이 마치 없었던 것 처럼 한 순간에 싸악 사라져버렸다.
더구나 담배도 피지 않고 고기도 먹지 않고 술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대 원칙에서 벗어난 스님들을 보고는 더 더욱 그 생각이 사라져버렸다.
그런 법도 없고 금하진 않았다고는 하나 내가 생각하는 중이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그럴거면 뭐하러 중이 되나? 싶어졌다.
누가 그랬다.
"중도 인간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중에서 벗어난 중은 되고싶지 않다.
설사 내 생각이 잘못 되었다손 치더라도.
또 하나는 생명에 관한 존엄성이다.
살아도 그만 안 살아도 무방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살고싶다라는 말이 아니고
하여간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봤다는 이야기다.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무엇이 더 우위다라는 말이 아니다.
"오직 숨 쉬기 위해서..."
살아있음을 감사해 한다는 말이 와 닿았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왜 결혼을 하고 사는지 이해가 갔다.
넋을 놓거나 맥을 놓아버리면 살기 힘들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삶을 대하는 어떤 끈, 버팀목이나 지지대 같은 혈육에 대한 뭐 등등.
중요하다.
내가 종종 삶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거리낄 것이 없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세가지 생각이 이 번주에 거의 동시에 들었다.
안다고해서 달라질 그 무엇도 없긴 하지만서도.
순리를 인정하고 세월을 거스르려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던 철들뻔 한 아침이었다.
친구가 말했다.
"네가 집에 오면 김치 줄게, 오면 집까지 태워다 줄게"
으흐흐흐흐.
난 저 말이 어떤 의미인 줄 안다.
집에 오면 내가 좋아하는 조개구이랑 바지락 칼국수를 사 주겠다는 뜻이다.
치사하게 먹을 걸 가지고 효부를 치려 하다뉘.
물레방아 드라마는 잘 만들어 보란다.
살기 위한 한 방법이라 생각하란다.
"책 읽고 음악 듣고 영화 보는 일이 일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넌 모르지?"
"알아, 다만 그것이 창조적인 것과 연결해야 한다는 고달픔이 있어서 그렇지"
"그럼 것도 안하고 먹고 살라 그랬냐?"
"헤헤헤"
미치겠다.
왜 갑자기 세상이 고맙고 감사하고 그래가는지.
쩝.
Johnny Winter-Life Is 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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