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들이를 권하기에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
걸었다.
무작정.
목적지 없이 걷는 다는 것.
좋았다.
마치 외국 어디메를 걷는 듯.
서울 생활 십수년.
내가 꿰는 거리는 명동(충무로-영화)과 대학로(연극)와 여의도(방송) 뿐이다.
이 동네 이사 온지 8년차.
애초엔 이렇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동네였는데
살다보니 정이 들었는지
좋다.
헌데도 난 모르는 동네라 말한다.
한번도 애정을 가지고 걸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두 건의 감독 의뢰를 받고 하난 자충수를 두지 않으려(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거절을 했으며 하난 아직 보류 중이다.
그건 내가 쓴 시나리오를 수정 보완해야 하는데 난 더 이상 능력이 없어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
포기한 꿈인데.
왜 하필 지금일까?
진즉했더라면,,좋았을 것을.
걸으며 생각했다.
포기한 꿈에 대해.
꿈을 버리고 난 후에 앓던 헛헛함에 대해.
그 간에 내가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했는지에 대해.
촌년 열등감에 문화적 허영심은 아니었나에 대해.
이젠 먹거리 이상의 의미도 없다라고 생각해버리기로한 것이
생각해버리기로 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가에 대해.
그리고 웃었다.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가장 흥이 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영화판 일임엔 틀림이 없다.
1차 치료가 끝나면 어딘가로 튈 예정이다.
홍콩의 건물 사이사이와 상해의 어스름한 뒷 골목
눈으로 뒤덮혔던 홋가이도의 너른 길.
그 외, 길과 골목과 벌판과 초원들.
말이 안 통해 좌충우돌 하며 떠돌던 재미 하나 보태기로 했다.
맘 같아서는 존슨 비치(희회색으로 펼쳐져 첫눈에 반한 바다)를 보러 뉴욕에 가고 싶지만 비자가 만료됐다.
다시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직장도 없고 귀찮아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갈 예정이다.
섬이나 섬 같지 않은 대륙.
하긴 바다의 입장에서 보면 대륙도 다 섬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또 마냥 걸어 다니겠지.
혼자 걷는 홀가분함을 만끽하면서.
맘이 많이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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