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걸었다.

monomomo 2008. 3. 20. 12:58

 

누군가 나들이를 권하기에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

걸었다.

무작정.

목적지 없이 걷는 다는 것.

좋았다.

마치 외국 어디메를 걷는 듯.

 

서울 생활 십수년.

내가 꿰는 거리는 명동(충무로-영화)과 대학로(연극)와 여의도(방송) 뿐이다.

이 동네 이사 온지 8년차.

애초엔 이렇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동네였는데

살다보니 정이 들었는지

좋다.

헌데도 난 모르는 동네라 말한다.

한번도 애정을 가지고 걸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두 건의 감독 의뢰를 받고 하난 자충수를 두지 않으려(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싶지도 않고) 거절을 했으며 하난 아직 보류 중이다.

그건 내가 쓴 시나리오를 수정 보완해야 하는데 난 더 이상 능력이 없어 손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

포기한 꿈인데.

왜 하필 지금일까?

진즉했더라면,,좋았을 것을.

걸으며 생각했다.

포기한 꿈에 대해.

꿈을 버리고 난 후에 앓던 헛헛함에 대해.

그 간에 내가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했는지에 대해.

촌년 열등감에 문화적 허영심은 아니었나에 대해.

이젠 먹거리 이상의 의미도 없다라고 생각해버리기로한 것이

생각해버리기로 한 것이 아니고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는가에 대해.

그리고 웃었다.

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도 가장 흥이 나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영화판 일임엔 틀림이 없다.

 

1차 치료가 끝나면 어딘가로 튈 예정이다.

홍콩의 건물 사이사이와 상해의 어스름한 뒷 골목

눈으로 뒤덮혔던 홋가이도의 너른 길.

그 외, 길과 골목과 벌판과 초원들.

말이 안 통해 좌충우돌 하며 떠돌던 재미 하나 보태기로 했다.

맘 같아서는 존슨 비치(희회색으로 펼쳐져 첫눈에 반한 바다)를 보러 뉴욕에 가고 싶지만 비자가 만료됐다.

다시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직장도 없고 귀찮아서..

호주와 뉴질랜드를 갈 예정이다.

섬이나 섬 같지 않은 대륙.

하긴 바다의 입장에서 보면 대륙도 다 섬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또 마냥 걸어 다니겠지.

혼자 걷는 홀가분함을 만끽하면서.

맘이 많이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란다.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걸었다.  (0) 2008.03.21
살고 싶은대로 살지 못한 자의 결심.  (0) 2008.03.21
별일은 없습니다.  (0) 2008.03.19
미스테리  (0) 2008.03.07
일 복 터지다.  (0) 200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