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뜨게질을 한다.
힘든데 그걸 왜 하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삯바느질 해서 가르칠 자식도 없고 동지섣달 긴긴 밤이 무섭고, 놀면 뭐하나 싶고,
쌩짜로 허벅지 찌르기도 뭣하고 해서 뜨게질 핑계삼아 가끔씩 바늘 대로 허벅지 찔러 가며 시간이나 죽일라고 한다고 농담을 한다.
내가 뜨게질을 했던 진짜 이유는 정말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촬영이 잘 진행 되지 않으면 머리가 아파서 잡념을 없애기 위해 짰고,
긴긴 시간 촬영지로 이동을 할 때 그 기나긴 시간을 촬영 버스 안에서 잠을 자면 날밤을 샐 것 같아 잠을 자지 않기 위해서 짰고,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을 때 짰고,
특별히 기도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짰다.
참 많이도 짰다.
코트, 스웨터, 조끼, 모자, 가방, 머플러, 식탁보, 도시락 가방, 주머니, 마스크, 장갑, 등등 짤 수 있는 것은 다 짜 본 것 같다.
내가 아는 한 꼬맹이가 있다.
그 아이를 위해 벙어리 장갑을 짜기로 했다.
그 아이가 아프단다.
장갑을 짜기 시작했을 땐 몰랐는데 한짝 고무단을 짜고 나서야 그 아이가 아프다는 걸 알았다.
아이는 난치병을 앓고 있다.
아팠다.
이후, 한 코 한 코 대 바늘을 찌르며 한 올 한 올 짜면서
꼬맹이가 건강해지고 낫을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짜고 있다.
멋적을 땐 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귀여운 녀석인데,,,
스틱을 쥐고 힘차게 드럼을 치는 모습이 씩씩한 녀석인데,,,
나날이 현대 의학이 발달을 하고 있고
이제 겨우 초등학교 4학년이니까 낫을 날도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덤으로 그 아이 엄마 모자도 짠다.
정말 괜찮은 아주머니인데,,,아이 문제로 힘들어도 항상 타인에 대해 배려할 줄 아는 깊은 속을 가진 아짐.
이 두사람을 위해서 화이팅을 외쳐 본다.
화이팅~~!!
이 색깔을 좋아할 지는 모르지만 털실의 종류를 부드러운 유아용으로 골랐다.
아이보리색이 겨울에 쓰기엔 좀 추워 보일지 모르지만 100% 울이니까 따뜻할 것이고 아짐의 마음처럼 맑고 순수한 색깔이라서.
그리고 어제의 달.
나윤선 - 누군가 널 위하여 기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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