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정신이 오락가락 하신단다.
걱정이다.
나도 잘 못 알아 본다.
그래놓고도 언제 그랬냐고 우긴다.
쩝!
그런 엄마가 마늘이며 양파를 보내왔다.
하루도 울지 않고 넘기지 못하도록 울게 만든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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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해 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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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뭐든 쉽게 좋아하지 않아요.
쉽게?
이 말이 맞지 않나?
빠르게...인가?
아니, 좀 오래 걸려요.
돈도 안드는 마음 하나 주는데도 아까워하는 모진 사람이죠.
해서,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하고, 아니 단 한 번도 못하고 이 나이까지 먹은 내가 짜증이 나요.
그러나 마음을 주기까지가 힘들어서 그렇지 한번 좋아하면, 끝까지 가요.
그가 살인을 했다손치더라도 다 보듬어줘야 하니까요.
무엇을 좋아하는데 어떻게 좋은 것만 좋아해야 하냔말이죠.
흠까지도 좋아할 수 있어야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거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데 곰배팔이라고, 절름발이라고 내칠 수 없듯이
난 무엇이든 그게 가능할 수 있을 때만 사랑이라 말하죠.
비가 오네요.
순수도 순진도 싫은 이즈음입니다.
그제 아침엔 귀가 아프도록 통곡을 했어요.
일생에 용서하고 싶지 않았던,
손이든 발이든 몸이 무기가 되어 나를 때리지 않고는 하루 해를 넘길 수 없었던,
내게 최초로 살의를 느끼게 했던,
어린 나이에 일평생 혼자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한 그 여자,
그 여자가 말이죠, 내게 이것 저것 싸서 보내왔어요.
김이랑 파김치랑 참기름, 콩, 파래자반, 감태김치등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무엇을 보내와서 좋았다기 보다
세상에 이녀만큼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것이다라는 생각이 나를 서럽게 만들었어요.
다섯살 때 데려다가 열여덟 살 먹을 때까지 기르면서 그 간에 나를 속속들이 꿰차고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은 없는 기억들이 나를 울게 만든 거지요.
그 여자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는데,
어느날인가부터 나도 그 여자를 염려하고 있더라구요.
내 대학 등록금을 해주고 싶어서 서돈짜리 금반지를 팔고 싶었다던 그 여자,
그 여자, 내 아부지 챙기는 것도 끝내주게 잘했었고 웃는 거 하나는 끝내주게 잘 했었어요.
속에 담아 둔 것없이 다 쏟아냈던 그런 그 여자랑 살아내느라,
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참았어야 했지만,
아마 그런 성격이 90 넘도록 건강하게 살게하는 원천이 되나봐요.
50줄에 앉아서야 젖을 만지고 안아봤던 그 여자를,
어쩌면 이미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여자를,
술이라도 한 잔 할 줄 알면,
주거니 받거니, 권커니, 붓거니 하며 마음을 풀수도 있을텐데,
콜라만 마셔도 취하는 여자라서 그도 어렵고,
어쨌든 사랑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지네요.
비가 오네요.
비가 와서 그런가요?
그제 아침 울때는 멀건 낮에 쌩짜로 울기엔 날씨가 너무 좋아 미안했는데
오늘은 비라도 와 주니 마치 내 눈물인냥 같이 울 수라도 있는 핑계거리가 생겼네요.
아,, 가슴이 터질듯이 아프네요.
어디서 온지는 알겠는데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몰라서도 그렇고,
존재론적 절대 고독도 힘겹지만 상대론적 외로움에 쓸쓸하고
피 붙이 하나 없는 세상을 걷느라고 힘이 드나봐요.
늙어 가고 있나봐요.
어떤 침묵과 존재의 부재,
흉터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왜 이렇게 오래가는지,
하여 늘 새벽이 서럽네요
날이 밝아오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살고 싶지 않는 거지 죽고 싶은 건 아니니까.
한 판 눈물바람을 하고 나니 푸지게 푸닥거리라도 한냥 답답한 가슴이 좀 후련해 지길 바랬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그래도 이젠 눈물을 거두고 또 씩씩하게 걸어야 하겠지요?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