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영화

여수의 사랑.

monomomo 2002. 6. 12. 13:18




여수의 사랑




S# 1 기차 안 (낮)


서른 대 여섯 정도 된 부부가 앉아 있고
그 맞은 편에는 40대 중반의 사내와 여중생(그의 딸)이 앉아 있다.
이미 얼굴이 불콰해진 사내, 소주를 마신다
사내, 앞에 앉은 부부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여중생, 연신 주위를 살피며 당황해 하는 표정이다.
여중생의 손에는 찢어진 오징어 몇 가락이 들려 있다.

사내 : (부부남에게 잔을 내밀며) 한 잔 하시오
부부남: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사내 : 술이란 게 말이여, 벗삼아 마실 상대가 있어야지 맛이
나지 혼자 마시려니 영 맛이 안 나
그랑께 사양 말고 딱 한 잔만 받으시오.
부부남 : 저 실은... (난처해한다)
여중생 : 아부지~ (사내의 팔을 잡는다)
사내 : 왜?
부부여 : 이 인 지금 약을 먹고 있어서요.
사내 : 약. 좋지. 하! 약이라. 약은 바로 이게 약이요.
세상 시름 다 잊게 해 주는 명약이지. 암.
(술을 마시던 사내, 고갯짓으로 부인을 가리키며 부부남에게)
당신은 참 복도 많소. 거 왜 안 있잖소. 괜히 마음이 가는 사람.

CA-PAN 하면 건너편에 앉아서 줄곧 이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던 정선, 눈을 감는다.

사내 소리 : 그런 사람하고 같이 살아서 당신은 참 좋겠소.

차창으로 지나치는 풍경들


S# 2 골목 (저녁)


전봇대 위에 전단을 붙이는 손.
‘여자 동숙자 구함. 월세 15만원. 선불. 보증금 없음’하는 글씨 적혀 있다.
전단을 붙이는 정선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자흔.
정선, 돌아서다가 자흔의 시선과 마주친다. 활짝 웃는 자흔.
자흔의 손에는 큰 가방과 금붕어 봉지가 들려 있다.


S# 3 현관 (저녁)


문이 열리고 정선 들어선다.
뒤따라 들어오는 자흔, 이곳 저 곳을 둘러본다.

그 사이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자흔의 신발을 챙기는 정선
자흔 ,식탁에 앉는다. 그 앞에 앉는 정선.
만원 짜리 지폐를 세어서 정선에게 건네는 자흔.
정선, 잠시 머뭇거리다 돈을 받는다.
정선 돈을 센 후 고개를 끄덕거리자 기다렸다는 듯
외투를 벗어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거실 쪽으로 간다.
정선의 시선이 자흔의 외투에 고정된다.
여기 저기 둘러보던 자흔

자흔 : 목말라요, 물 좀 주세요.

정선, 일어나 냉장고로 간다.
냉장고 문을 닫고 물을 컵에 따라 자흔에게 내민다.
받아 마시는 자흔

자흔 : 전 자흔이라고 해요. 기쁠 흔자예요.
근데 어항이 없네요?. 활짝 웃는 자흔.


S#1-1 기차안


눈을 감고 있던 정선 잠시 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다


S# 4 거실 (아침)


정선 식탁 위에 앉아 자흔이 깨기를 기다린다. 정선 기다리다 자명종을 울린다.
자흔이 뒤척거리자 황급히 시계를 눌러 끄는 정선
자흔 일어난다. 그리고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 잠에서 아직 깨지 않은 모습이다.
자신의 가방을 더듬거리며 찾아 휴대용 카세트를 꺼낸다.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음악(하바네라). 자흔 음악에 맞추어 몸을 조금씩 흔든다. 그리고 결심한 듯
일어서서 이불을 개는 자흔, 고개를 들고 정선을 향해

자흔 : 또 아침이네요. 피곤했나 봐요. 뭐 해 먹을까요?
정선 : 전 아침 안 먹어요.(욕실로 들어간다.)


S# 5 욕실


(치약 묻혀 이를 닦으려다 한숨을 쉰다. 갑자기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를 닦는 정선)


S# 6 거실 (저녁)


정선은 컴퓨터에 뭔가를 치고 있고, 어항을 들고 들어 온 자흔
어항을 씻어 물을 담고 붕어를 쏟는다.
자흔, 어항을 놓을 위치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한 쪽에 어항을 놓는다.
헤엄치는 붕어를 보던 자흔, 붕어 밥을 준다.

자흔 : 예뻐라!


S# 7 시장 (낮)


정선과 자흔이 물건을 사기 위해 함께 돌아다니고 있다.
사람들과 부딪치는 자흔. 진열대에 부딪치는 자흔. 한심하게 보는 정선
생선을 사는 자흔. 나물을 사는 정선.


S# 8 골목 (낮)


시장 거리를 들고 걷는 정선과 자흔, 빵집 앞을 지난다
빵집에 붙은 ‘종업원 구함’이란 모집 광고를 보는 자흔.
정선, 앞서 걷다가 뒤처진 자흔을 뒤돌아본다.


S# 9 식탁


자흔과 정선, 밥을 먹고 있다.
자흔, 맛있게 밥을 먹고 있는데 반해 정선은 깨작거리며 먹고 있다.
자흔, 손으로 생선을 찢어서 정선에게 먹으라고 권한다.
이를 먹는 정선.
식사를 마친 정선 자흔, 자흔이 설거지를 하자 거실로 간다.


S# 10 거실


TV를 보고 있는 정선.

정선 : 개자식들.... 미친놈들.... 나쁜 놈들....

설거지를 마친 자흔, 손을 씻고 금붕어 쪽으로 간다. 금붕어에게 먹이를 준다.

자흔 : (곡조를 붙여) 개자식들, 미친놈들, 나쁜 놈들...
정선 : 그렇게 좋아요?
자흔 : 예쁘잖아요!


S# 11 거실 (밤)


컴퓨터를 치다가 구토가 나는지 욕실로 나가는 정선.


S# 12 욕실


욕실로 들어 온 정선, 좌변기를 잡고 토한다.
정선의 욕지기 소리에 들어오는 자흔,
정선의 등을 두드려 준다.

자흔 : 왜 그래요?
정선 : (손을 밀치며) 괜찮아요.


S# 13 방 (아침)


정선, 자고 있다
(E) 하바네라
눈을 뜨는 정선. 자흔, 뜯어진 스카프 밑단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정선 : 어디 가요?

활짝 웃고 나가는 자흔
E; 현관문 닫는 소리
일어나 나가는 정선


S# 14 거실


거실로 나온 정선 녹음기 버튼을 누른다.
휴지를 뽑아 문고리를 닦는 정선, 걸레로 바닥을 광내듯 닦는다.
부엌으로 와 자흔이 한 설거지를 다 다시 한다.

S# 15 빵집 앞 (저녁)

정선, 빵집 앞을 지나다가 빵집 안의 자흔을 본다.
우유를 엎질러 허둥대고 있는 자흔. 정선, 그냥 지나쳐 지나간다


S# 16 식탁


밥을 먹고 난 후

자흔 : 설거진 제가할게요.
정선 : 아니에요. 제가 할거예요.
자흔 : (머뭇거리다).....그럼, 그러세요.

자흔, 호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붕어에게 간다.
카스테라 종이 바닥을 긁어 빵 부스러기를 붕어에게 주는 자흔.


S# 17 거실 (밤)


컴퓨터를 치다가 뭔가 불쾌한 냄새를 맡은 듯
코를 킁킁거린다.
책상 밑에서 스타킹을 꺼낸다.
스타킹을 가지고 나간다. 걸레를 가지고 와서
책상 밑을 힘껏 문지른다.
걸레를 들고 욕실로 가는 정선.


S# 18 욕실 (밤)


스타킹을 빨아 널고 걸레를 방망이로 두들겨 빠는 정선.


S# 19 방


자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고 있다. 정선 들어와 눕는다.

-DIS-

정선과 자흔 자고 있다. 신음하는 정선
정선의 신음 소리에 깬 자흔 .정선의 이마를 만져 본다.
나가는 자흔 .악몽에 시달리는 듯 고개를 젖는 정선.


S# 19-1술집앞(밤. 꿈)


술에 취한 아버지를 말리는 엄마.
이를 지켜보는 어린 동생
엄마를 밀쳐 버리는 아버지.
두려움에 떨며 보는 정선과 동생. 벽에 부딪혀
기절하는 엄마. 동생 뛰어 들어가 아버지 잡아당긴다.

미선 : 아빠 엄마 때리지마. 아빠가 엄마 때리면 엄마가 아프잖아.

동생도 밀쳐 버리는 아버지. 내동댕이 처지는 동생 기절한다.

정선 :미선아!. 미선아!.(헛손질을 한다.)

자흔 정선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 준다.
정선 미선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자흔의 손을 잡는다.

자흔 : 나쁜 꿈을 꿨나 봐요.

정선의 얼굴에 난 땀을 닦아 준 뒤 배를 문질러 주는 자흔

자흔 : 이제 괜찮죠?
정선 : (한결 편안해 진 표정이다.)
자흔 : 제 손이 약손이죠?
정선 : (눈을 감는다.)
자흔 :아플때는요 좋은 생각을 해봐요.
전 아플 때마다 여수를 생각해요.
여수항 밤바다에 앉아 불빛을 보고 있다
생각하면 금새 낫곤 했어요.
여수항 불빛은 정말 아름답죠?

정선 : 난 여수에서 태어나기만 했지 쭉 수원에서 살았다고 했잖아요.
자흔 : 그래도 태어나긴 여수에서 태어났잖아요.
정선 :........
자흔 : 저도 사실은 여수가 고향이거든요.
정선 : 저번엔 인천이라고 했잖아요.
자흔 : 아니요, 진짜 고향은 여수예요.
정선 : 그렇겠죠. 속초, 목포, 군산, 묵호.... 도시란 도시는 다 자흔씨 고향이니까.
자흔 : 여수에 가 보기 전엔 그랬었죠.
정선 : .......
자흔 : 어쩌면 여수가 내 고향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기차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한 역무원이 파출소에 데려다
었대요. 그 기차가 여수발 서울행 통일 호였다고 하니까 그 곳이 내 고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럼 속초는 가 봤어요?
정선 : 예.
자흔 : 거긴 정말 좋죠?
정선 : .......
자흔 : 거기서 사랑이란 것도 했었어요.

코딱지 만한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할 때였는데 항상 어려운 책만 찾던 대학생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주문 해 놓은 책들을 먼저 읽어보곤 했는데 왜 저 나이에
그런 칙칙한 책을 읽나 싶더라구요.


S# 19-2 서점


서점 문이 열리면 책을 정리하다 돌아보는 자흔
대학생 들어온다. 서로 인사한다. 뒤 따라 들어오는
예쁜 여학생. 대학생이 책을 한 권 꺼내 계산을 한다.
겉장을 펼친 뒤 “연이를 사랑하는 석”이라 쓴다.
자흔 쓸쓸한 표정으로 본다. 다쓴 남학생 여학생에게
책을 건네주고 옷깃을 여며 준다.
자흔 쓸쓸한 표정으로 본다. 인사를 하는 대학생.
여학생도 인사하고 돌아서면 남학생이 여학생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간다.

(소리)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자를 데려 오더라구요.
그 여자에게 연애 시집을 선물하는 것을 보고....
...... 정말 예쁜 여자였어요

자흔; 내가 바보 같죠? 그 후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그 곳이 어디든 그 곳으로 갔었어요. 아무튼 그랬어요
정선 : 자흔씨는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요?
자흔 : 저는요, 내가 아닌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아요.


S# 20 병원 앞 (낮)


정선과 자흔, 병원에서 나온다.

자흔 : 이상하다, 왜 아무 이상 없다 그러죠?
정선 : 신경성이라잖아요.
자흔 : 음...신경성...전 신경 같은 거 신경 쓰여서 안 써요.
정선:...........
자흔: 하지만...부럽네요. 속이 아플 만큼 신경 쓸 일이 있다는 게
정선 :.....
자흔 :...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S# 21 극장 앞 (밤)


자흔과 정선, 극장에서 나온다.
자흔은 계속 울고 있고, 정선은 그런 자흔이 짜증스럽다.

정선 : 제발 좀 그만 울어요.
자흔 : 너무 슬프잖아요... 흑 (다시 우는)
정선 : 그건 영화잖아요

자흔 : 그래두 슬픈 건 슬픈 거예요.
(노점의 군밤을 보고) 우리 군밤 먹을래요?

자흔, 정선을 끌고 노점으로 간다.
자흔, 핸드백을 뒤지는데 지갑이 없다.

자흔 : 어? 내지갑..


S# 22 거실 (밤)


자흔, 머리를 감고 나서 수건으로 머리 털며 나오고
정선, 욕실로 들어간다


S# 23 욕실


정선 거울을 본다

S.O
경찰: 그러니까 지갑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 그게 전 붑니까?.
자흔 :.....
경찰 : 주민등록증 하구 사만 오천원이라...
자흔 : 저... 기차표도 한장있었어요.
경찰 : 기차표요?
경찰 : 어디로 가는 푠데요?
자흔 : ... 여수...


S# 24 거실


자흔,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어항보고 있는데 욕실에서 튀어나오는 정선.
정선 : 머리카락 좀 정리하면 안 돼요?
비누 곽에 물도좀 빼놓고..
(손을 내밀면 동전이 있다)그리고 돈 좀 여기 저기 두지 마세요

돈을 자흔 앞에 던지고 다시 욕실로 들어 가 버리는 정선
자흔, 당황한 표정을 하고 서 있다.
(E) 정선의 토하는 소리.


S# 25 욕실


정선 토하고 있다.
자흔, 들어 와서 등을 두드려 준다.

자흔 : 괜찮아요?
정선 : (자흔의 손을 확 치며) 치워요. 내 몸에 손대지 마요.
(엎어지며)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당신 때문이야..... 당신 때문에 내가 견딜 수가 없어.


S# 26 거실


어두운 그림자처럼 앉아 있는 정선.
자흔 거실로 나와 잠시 서 있다 불을 켠다.

정선 : 불 켜지 말아요.

자흔, 다시 불을 끈다.

자흔 : 나 서울에 오래 못 있을 것 같아요.
정선 : .......
자흔, 방으로 들어간다.

정선 금붕어를 돌아본다. 느리게 기어서 어항 가까이 와 자흔과 같은 자세로 앉는 정선.


S# 26-1술집앞(밤. 회상)


어린 정선 미선을 목놓아 부른다.
아버지, 정선과 눈이 마주친다.
쫒아 오는 아버지, 도망가는 정선. 잡혀서 목이 졸리는 정선
고개를 흔드는 정선 이 때 금붕어가 팔딱거린다.

정선 : 가지 말아요..(혼자 말로 금붕어를 보며)


S# 27 거실 (아침)


정선, 거실로 나와 주위를 살펴본다. 어항의 금붕어 보이고, 자흔의 머리띠등 여기저기
자흔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보인다. 카세트를 열어 보니 하바네라도 여전히 꽂혀 있다.
카세트를 플레이시켜 하바네라를 감상하는 정선.
책상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작업을 하려다가 다시 컴퓨터를 끈다.
녹음기를 끄는 정선. 전화 번호부를 보며 여기 저기 전화를 한다.


S# 28 기차안


눈을 감고 있던 정선 눈을 뜬다.
여수역이 가까워졌다는 소리 들린다.


S# 29 여수역 앞 (낮)


개찰구를 빠져 나오는 정선.
눈앞에 펼쳐진 여수를 보고 활짝 웃는다.



연출의 변


살다 보면 괜히 맘이 가는 사람이 있다.
서로 상반대의 성격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것이 너무나 싫어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두 인물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동시에 하나의 인물이기도하며 내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두 명의 나.
그런 이중성을 이야기하고자했다.

그리고....
맘이 가는 사람과 살고 싶어했던
내 아버지의 꿈을 한 취객의 입을 통해 말하고 싶었고,
만약에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면
내가 아닌 것이라면 무엇이든 괜찮다고 말하는 자흔의 입을 통해
나의 마음을 담아 보았다.




원작; 한강





짱짱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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