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무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그야말로 느닷없이,
별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엄청나게 쓸쓸해지는 날이 있다.
누군가 구체적으로 떠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아련한 것들이 그리워지고 그 대상 없음에 허해져
가슴이 아픈 날.
외롭다고 표현하기에도 적합하지 않고,
슬프다고 표현하기에도 어울리지 않는 그런 날.
친구와 만나기도 좀 그렇고,
단골카페에 가서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술을 마시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혼자 무엇을 하기엔 스스로 청승맞다고 생각되어질 때.
하여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음악회도 가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등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부담 없이,
가볍게,
별 생각 없이......
그랬다!
적어도 나는 그런 익명의 상태에서 때때로 허심탄회하게 발가벗겨져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세상 바라보기 놀이를 즐긴다.
신문을 보다가 기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동화되어 있는 나를 문득 발견 할 때면
얼른 고개를 흔들어 털어 내고 밖으로 나오기,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별 해결책도 없이 함께 떠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빠져 나오기,
막힌 버스 안에서 교통 정체에 관한 대책을 연구하는 나를 발견하고 잠을 청하기 등 황망히
나를 다잡으며 나와 또 다른 나를 분리하여 놀기를 즐긴다.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르는 수많은 나들과 대화를 나누며 다중인격을 가진 하나의 나로서 역할을 나누어
일인 다역을 하며 놀다 보면 나는 마치 정신적 내지는 육체를 포함한 공황 장애를 일으키는 듯한
환각 상태에 빠지곤 한다.
뭔가 진공의 상태에서 몸이 자유롭게 움직여지지도 않고 정신 마저 진공의 상태에 있는 듯이 뻑뻑한
기류에 휩싸인 듯한 묘한 기분.
그럴 때마다 세상의 온갖 것이 정지된 상태에서 모노 톤으로 일렁이며 아프고 혼미해지기 시작한다.
-홀로 있음-이 불안함과 외로움에 대해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혼자 놀기에 지쳐 정말이지 간절하게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홀로 있음-에 대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그럴 때,
나는 혼자 놀기를 중지하고 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찾기 위하여 몇 번이고 수첩을 앞뒤로 뒤진다.
효과는 별반 무.
허망하게 수첩을 덮고 나면 더욱 더 쓸쓸해지고 ......
모르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누군가 나와 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니 그들이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내게 그들이 필요하듯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야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도 오랫동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주춤거리며 망설여왔는데 유난히 스산하게
다가온 계절의 한기 때문인지 당장 실행에 옮겨 보기로 했다.
우선 사람을 만나는데 대해서 일정부분 법칙을 만들기로 했다.
1. 한번 이상 만나지 않는다.
2. 서로 전화 번호를 교환하지 않는다.
3. 상대방에게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
4. 설혹 기분이 언짢은 일이 있더라도 참는다.
5. 그 사람을 위하여 존재한다.
6. 남녀 노소 가리지 않는다.
7. 시간당 환산해서 돈을 받되 기본금은 세시간 기준으로 받고 시간외 요금은 헤어질 때 받는다.
8. 육체적 접촉은 일체 금한다.
9. 상대방에 대한 정보는 절대 누설하지 않는다.
10. 혹시 두 번 이상 만났거나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시에는 이 일을 당장 그만둔다.
이런 소재로 시나리오를 쓸려고 했는데 실제로 이런 직업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더욱 자료 조사를 풍부하게 해야겠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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