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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식어 가는 1막1장.1부>

monomomo 2002. 7. 17. 15:28





1장



신혼부부의 집처럼 단출하게 꾸며져 있는 원룸식 오피스텔.

벽 쪽으로 침대가 놓여있고, 옆으로 붙박이 장롱과 책상이 있고, 그 위에 컴퓨터가 있다.

반대편으로 냉장고와 식탁이 있다.

어둠 속에서 컴퓨터를 치는 진영.

마른번개가 몇 번 치더니 정전이 된다.

동시에 어둠 속에서 진영의 비명 소리가 나고 이어서 천둥소리와 함께 빗소리 들린다.


무대 서서히 밝아지면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진영.


영진 현관문을 열고 도둑처럼 살금살금 들어 와 침대에서 자고 있는 진영에게 다가가서 뺨에다 뽀뽀를 하고 돌아선다.

피곤한 기색이다.

영진, 잠바를 벗으려다 열쇠를 떨어뜨린다.

놀라 재빨리 침대 쪽으로 고개를 돌려 진영을 살피는 영진.

계속 자고 있는 진영.

영진, 조심스럽게 열쇠를 소리나지 않도록 주워 호주머니에 넣는다.

영진, 조심스럽게 잠바를 벗어 식탁 의자에 걸쳐놓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진영, 부시시 일어나 시계를 본다.

식탁에 걸린 영진의 잠바를 본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며 드러눕는다.

영진,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와 수건을 식탁에 걸쳐놓고 현관으로 가서 신문과 우유를 집어들고 식탁에

앉는다.

우유를 마시며 신문을 보는 영진.

기지개를 켜고 시계를 본 뒤 바쁘게 움직여 샌드위치를 만들어 접시에 담아 놓는다.

영진, 메모를 해서 식탁 위에 놓은 뒤 옷을 챙겨 입고 나가려다 진영에게 가서 이불을 젖힌 뒤 뺨에 뽀뽀를 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린다.

깜짝 놀라 식탁 쪽으로 와서 속삭이듯 전화 받는 영진.


영진 ; 여보세요. 응. 지금 나가는 중이야. 알았어. 이따 봐. 그래.


영진, 살금살금 걸어서 현관으로 나간다.

잠시 후 진영, 일어나서 식탁 쪽으로 간다.

수건과 잠바를 걷어 냄새를 맡아보고 화장실 문을 열어 획 집어던진다.

진영, 식탁에 앉아 메모지를 읽는다.


소리(영진)- 여보, 힘들지? 전화할게. 그리고 굶지 말고 꼭 챙겨 먹도록 해. 사랑해!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진영, 메모지를 확 구긴 다음 샌드위치가 담겨진 접시를 들어 접시 째 쓰레기통에 버린다.


-전화벨 소리-

응답기 소리가 난다.


-안녕하세요. 최 진영, 유 영진의 집입니다. 메시지를 남겨 주십시오.

소리- 아, 저, 김 실장입니다. 집에 있는 거 다 압니다. 전화 좀 받아 보세요. 아니면 사무실에 전화 좀 부탁합니다.


진영, 컴퓨터 있는 곳으로 가서 전원 스위치를 누른다.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다 손바닥으로 마구 키보드를 친다.


진영;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진영, 전화를 건다.


진영; 나야. 집에 좀 와 줘. 왜? 그렇담 할 수 없지! 그럼 내일은 어때? 그럼 가급적이면 아침 일찍 와. 알았어. 낼 봐!


진영, 전화를 끊고 침대로 가서 눕는다.


전화 벨 소리


소리- 안녕 하세요. 최 진영, 유 영진의 집입니다. 메시지를 남겨 주 십시오.


영진; 나야, 아직 자? 다시 걸을게. 사랑해!


-암전-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무대 점점 밝아지면 여전히 진영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초인종 소리가 점점 빠르고 신경질적으로 소리가 들린다. 진영, 어렵게 일어나 현관으로 간다.


진영; 누구세요?

은경; 누구긴? 나지.

진영; 아!


문을 열어 준다. 진영 들어온다.


은경; 팔자 좋다. 시집 간 여자가 이 시간까지.


은경 식탁에 앉고 진영, 우유와 신문을 집어들고 와 식탁에 앉는다.


은경; 그래. 용건이 뭐냐?

진영; 음. 원고를 다 날렸어. 너라면 혹시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은경; 얼마나?

진영; 백오십 매 정도? 모래까지 넘겨야 되서 밤 새워 썼는데.

은경; 그러게 중간중간 저장을 했어야지. 어디 한번 보자.


은경,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눌러 본다.


진영; 꼭 찾아야 돼.

은경; 힘들 것같애.


열심히 키보드를 치며 뭔가를 찾는 둘.


은경; '실종이라도 되고 싶다?’첫 문장이 이게 맞니?

진영; 응.

은경; 찾을 수 없어. 안 됐다만 잘 생각해서 다시 써봐. 그게 더 빠를 거야. 아니 찾을 수가 없어. 그리고 내가 보기엔.


이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영진. 몹시 피곤한 기색이다.


은경; 어! 안녕?

영진; 웬일이야?

은경; 응. 얘가 뭐 좀 찾아 달래서. 근데......

진영; 퇴근 시간이야. 오랜만이네?

은경; 오랜만?

영진; 옷만 갈아입고 또 나가봐야 돼.


영진, 옷을 골라들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은경; 바쁜가 보지?

진영; 그런가봐.

은경; 그런가봐?

진영; 응 그런가봐.

은경; 그런가봐라라. 니네 싸웠구나?

진영; 아니?

은경; 아니긴. 싸웠는데.

진영; 싸울 시간이나 있어서 싸우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은경; 오-케이. 알았어. 행복하다는 얘기구만.

진영; 행복?

은경; 그게 그 얘기 아니야. 싸울 시간이 없어서 싸우지도 못했다는 건 시간은 곧 돈이다. 다시 말해서 요즘 같은 때에 ......


영진,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영진; 아침들 안 먹었지? 나가자. 밥 사 줄게.

은경; 난 먹었어.

진영; 난 생각 없어.

영진; 그래. 그럼. 미안하네? 언제 시간 내서 한 번 만나자. 내가 크게 한턱낼게. 그럼 찾아 달란 것 잘 찾아 줘.

이따 전화할게.


영진, 나간다.


은경; 찾아줘야 할 것은 날린 니 원고가 아니라 실종되고 싶은 아니 이미 실종 돼버린 너를 찾아 줘야 되겠다.

이거야 나 원 참 컴퓨터로 찾을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아침부터 낮술을 먹을 수 도 없고. 어떡한다?

진영; 포도주 한 잔 할까?

은경; 좋지.


진영, 두 잔의 포도주를 준비한다. 식탁에 앉아 건배를 하는 둘.


은경; 실종되고 싶다’라는 부분은 어떻게 안 지워졌지?

진영; 음. 첫 문장을 써 놓고 더 이상 문장이 이어지지 않아서 한 삼 일 밤을 그 문장만 쳐다보며 밤을 샜거든.

정말이지 실종이라도 돼버리고 싶더라. 간신히 글발이 받아서 거기까지 썼는데.

은경; 진영아. 말해.

진영; 뭘?

은경; 뭐든.


진영 포도주를 마시고 또 하잔 따른다.


은경; 오늘은 술발이 받는 모양?

진영; 지친다.

은경; ......

진영; 내가 과연 이런 삶을 원했나 싶기도 하고. 너무 큰 걸 바란 것도 아닌데

은경; 왜. 영진이가 뭐라고 하든?

진영; 아니 그 남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 이건 순전히 내 문제야. 니가 부러워.

은경; 그럴 거라 생각 돼. 요즘 들어 그런 소릴 자주 듣거든. 조금 심심해서 그렇지 괜찮아.

화려한 싱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거나 자유로우니까. 그건 그렇고 뭐가 문젠데?

진영; 그 사람 ...... 화가 나. 눈에 뵈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다가도 눈에만 보이면 화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처음엔 그랬었어.

근데 시간이 흐를수록 눈에 보이지 않아도 화가 나기 시작하는 거야.

은경; 포도주 한 잔 더 줄래? 음! 행복해서 죽겠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시집가라. 너 지금 그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진영; (포도주 따라 준다) 이상하지?

은경; 뭐가?

진영; 그 사람 처음 만났을 땐 한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 난리를 쳤었는데.

은경; 니네가 좀 유난을 떨긴 떨었었지.

진영; 그 사람 참 이쁜 사람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날 위하는 맘도 여전하고. 그것이 날 미치도록 답답하게 만들어.

은경; 호강에 초를 쳐요.

진영; 아니야 니가 몰라서 그래.

은경; 모른다? 내가?

진영; 부부관계는 니가 생각하는 것하고 다른 어떤 베타의 감정이 필요해.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 있는 묘한 기류 같은 거야.

이 감정은 순전히 느낌이기 때문에 말로는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가 힘들어. 알겠어?

은경; 아! 알지이~. 그 정도 느낌이야.

진영; 하긴. 말로는 니가 모르는 게 뭐 있겠니?

은경; 본론을 얘기해. 괜히 말 돌리지 말고.

진영; 더 이상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


-암전-


-F.In-


진영과 은경, 취해 있다.


은경; 사랑을 하지 않는다? 이유가 뭐지?

진영; 글쎄. 이유를 말하자면 니가 이해를 잘 못 하겠지만 그 사람은 나를 잘 못 알고 있었어.

나도 물론 그 사람을 잘 못 알고 있었긴 하지만. 어쨌든 그게 문제야.

은경; 구체적으로 얘기해 줄 수 없겠니? 어려운 것도 아닌데 못 알아듣겠다.

진영; 뭐랄까! 그 사람이 생각하는 부부 관계와 내가 생각하는 부부 관계의 차이점 같은 것.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를 모르고 있어.

은경; 니가 원하는 것이라. 그게 뭔데?

진영; 그 사람은 변했어. 적어도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말이야

은경; 그러니까 니가 원하는 게 뭐냐니깐?

진영; 뭐랄까? 음......말로는 설명이 불가능 해.

은경; 작가분이 말로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말이 하고 싶지 않다는 걸로 알아듣겠어.

진영; 그런 게 있단다, 그런 게......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그런 게.......



ㅡ2부 이야기 계속ㅡ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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