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독백.
무작정 집을 나왔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며 남편에게 말을 하려고 시도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남편은 항상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남편은 변함없이 날 사랑해 주고 잘 해 줬지만 나는 그것이 몸서리 치게 싫었다.
무엇보다 싫었던 건 남편에게서 흠을 잡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바람을 핀다거나 도박을 한다거나 아님 술을 마시고 주사를 부린다거나,
도무지 흠 잡을 짓이라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편에게 변해 버린 나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오랫동안 고심을 하다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일단 집을 나오기로 결심을 했다.
그런 결심을 한데는 K가 큰 역할을 했다.
K는 통신에서 만난 아이다.
원고를 쓰면서 풀리지 않을 때 마다 들어가서 놀던 음악 방에서 유난히 맘이 통했던 아이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 생겨나고 중독성이 생기고…….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
그 때도 물론 남편에 대한 애정은 없었지만 싫지는 않았었는데 절대로 일어날 것 같지 일이 일어났다.
그 아이에게 마음이 가면 갈수록 남편이 점점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 아인 남편과 통하지 않던 이야기가 통했고 나의 답답함을 모두 이해해 줬다.
어떻게 어린 나이에 그렇게 깊은 마음 씀씀이를 가질 수 있는지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첨에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이 좋았었는데 자주 드나 들다 보니 아는 사람도 생기고 해서
우리는 도리 없이 여럿이 함께 있는 방에서도 아무도 모르게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는 누구도 찾을 수 없게 숨어 들 수 있는 방을 만들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문제는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 아이에 대한 갈증이 풀리는 것이 아니고 더욱더 심해지는 것이었다.
급기야는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게 되었다.
일단 서로의 사생활 얘기는 묻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시작된 만남이었는데
만남이 잦아지면서 그 아이에 대한 여러가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그 아이를 만났을 때 들었던 감흥은 맨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보다 훨씬 짜릿함을 주었다.
그 아이는 나이스한 남자였다.
항상 깨끗하게 감은 머리 결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 찰랑 거렸고,
빳빳하게 다려진 연 푸른 남방의 칼라깃이 그 아이를 모던하고 댄디하게 보여지게 해서
스마트함과 샤프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그런 가운데 남편은 점점 자신의 꿈과는 무관한 일로 바빠져서
나와는 라이프 싸이클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편은 늘 피곤해 했으며 남편의 그런 모습은 가뜩이나 정신적으로 공허한 나의 마음을
더욱 더 황폐하게 하는데 일조를 했다.
남편은 툭하면 조금만 기다려라 집도 장만하고 차도 있으니
이제 당신과 나의 꿈을 이룰 일을 곧 도모할 때가 가까워졌다라고 말을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고 살기에는 너무 지쳤다.
게다가 남편 몰래 마음에 감정하나 키워가는 기분, 그 스릴은 말로는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남편이 왠지 측은 해졌다.
그러나 측은지심으로 둘의 공백을 메우기엔 너무 늦었다.
일단 멀리 여행을 가기로 했다.
ㅡ4부 이야기 계속ㅡ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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