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산다는 것은
잠이 오질 않는다.
가수면 상태에서 헤매이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잠이 들려는 순간
귓바퀴를 뱅뱅 돌며 울어대는 모기새끼 때문에 잠이 홀라당 달아났다.
에이 씨팔! 이건 확실히 씨팔이다.
불을 켜고 한참을 찾아 헤맸는데 보이질 않는다.
빌어먹을 놈의 모기새끼
천장에 달라붙은 모기를 겨우 찾아 책을 들어 죽이려다 그만둔다.
그 후로도 며칠 동안
싫다는 내게 끊임없이 다가오던 모기새끼
그 동안에 모기와 나는 혈육이 되어 있었다.
가끔씩 내가 굶어 죽지나 않았나? 하고 방을 둘러보게 하는 소중한 혈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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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겨울.
우리는 이상한 동거를 시작했다.
이른바 계약 동거.
같이 살던 후배가 시집을 가버리자 마땅히 거처를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친구가 두달 후에6개월
정도 유럽 여행을 간다고 집을 맡아 달라고 했다.
나는 그때 이민을 가겠다고 심정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서인지 잘 됐다 싶어 선뜻 그러마고 했다.
그 친구와 한 달쯤 살았을까? 갑자기 나는 미국으로 2개월 가량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러면 집이 또 비게 생겼었다.
때마침 집을 구하려고 하던 후배가 있어서 우리는 셋이서 살게 되었다.
0시부터 2시까지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맡은 음악 작가인 친구와 오후2시부터 4시까지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맡은 일반 작가인 후배. 그리고 나.
음악 작가인 친구는 날마다 선곡을 위해 몇 만개의 노래 중에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 그리고 엽서 신청곡을
고르며 음악을 들려줬고 그 음악을 들으며 후배 작가는 가요퀴즈를 내어 친구와 나를 웃겼었다.
음악이 별로라고 하면 수준이 낮다고 면박 주는 친구와 퀴즈를 못 맞추면 어렵나?하면서
다시 문제를 내던 후배.
전국의 애청자 음악 수준을 나로 삼아 선곡을 하고 전국의 청취자를 상대로 퀴즈를 내면서 그 수준
고하를 나로 삼았던 후배.
-그 후배는 가요 퀴즈를 하루에 3개씩 출제를 해서 전화 참여를 하여 맞추는 애청자들에게 상품을 주는
프로그램의 작가였다.
나는 날마다 그 퀴즈를 맞추느라 고역 아닌 고역을 치러야 했다.
(지금도 기억 나는 퀴즈가 하나 있다.< 코와 입 그리고 눈과 귀 턱밑에 점하나~~~~~~/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좋아졌네 좋아졌어 몰라 보게 좋아졌어. 이리 보아도 좋아졌고 저리 보아도
좋아졌어~~~~~~~>이런 노래가 연달아 나가면 가사를 듣고 연상되는 것이 답이다. 이문제의 답은
“ 성형 수술”이다. 그런데 방송용 용어가 아니어서 그렇지 언어장애, 시각장애에 관한 즉 벙어리나 장님에
관한 답이 연상되는 가사가 우리 가요에 엄청 많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보이지 않는..볼 수 없어서.. 보지
못해서..말없이 떠나간..한마디 말도 못하고.. 말하려 했는데 차마 못하고 등등..그러나 결국 문제만
상상했지 출제가 불가능 했었다.)
친구가 먼저 유럽으로 떠나고 나도 곧 이어 미국으로 떠났다.
시간이 흐르고
돌아 온지 얼마되지 않던 어느 한 날.
나는 무심코 날 파리 하나를 죽였었다.
파리는 아니었지만 하여간 날아다니는 종류였다.
그 것을 보던 후배는 소리를 꽥 지르면서 놀라는 것이었다.
그 놀라는 소리에 더 놀란 나는 왜 그러냐고 물었다.
후배가 말했다.
“ 갠 내 친구란 말이야! 언니들 없을 때 난 걔 하고 놀았단 말이야! 이 집에서 살아있는 것은 걔하고
나뿐이었어! 출근하면서 인사하고 퇴근해서도 찾아보고 그랬는데 죽이면 어떻해!”
헉! 순간 어찌나 가슴이 아파 오던지…….
그 친구는 그 동안 외로웠던 것이다.
그때 그 친구가 느꼈던 감정을 느꼈던 어느날.
나 역시 내방의 모기를 잡지 못하고 머리 속을 떠다니는 잡문 하나 잡아 뒀다..
외로움이 극에 달하면 대상의 종류나 귀천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득하는 순간이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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