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만두에 돼지고기가 들어 있어 해롭다고 투덜대면서도
만날 때마다 만두를 시켜 줬던 여드름 투성이의 한 소년
그것이 만두를 좋아했던 나에 대한 배려였다면
그 느낌 그대로 <깨끗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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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를 끝내고 나자 그 친구의 눈에 엷게 고인 눈물이 갓 등 아래로 쏟아져 내린 알 전구 빛에 의해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혼자 영화를 보러 갈 경우가 아닌 이상,
한편의 영화를 보기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계획을 세우는지 모른다.
영화를 고르고,
함께 보러 갈 친구를 정하고,
시간을 맞추고….
영화를 보기 전에 한잔의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본 후에 식사든 술이든….
꼭 영화를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핑계김에 만나서 서로의 근황을 묻고….
그 날도 그런 날이었다.
말로는 영화나 한편 보자고 한 날이었지만,
쉬 시간을 내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아니어서인지,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조금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맥주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병, 두병… 맥주병이 비워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우리는,
이 황금 같은 시간에 우리가 꼭 영화를 봐야만 하느냐?
언제 만날지 모르는데 이야기나 하며 놀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얘기를 하다 보면 처음엔 이런저런 이야기로 얘기 꽃을 피우다가
어느 한 순간 침묵이 흐르는 시간이 꼭 있기 마련이다.
우리도 남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그 시간이 왔다.
그 때 한 친구가 첫사랑 얘기나 해 보자는 제의를 했다.
우리는 그 의견에 동의를 했고 차례로 돌아가며 첫사랑 얘기를 했다.
그 중에서 잊혀지지 않은 첫사랑 얘기가 있었다.
“첫사랑!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지!”
그 친구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몇 번 되 뇌이다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일곱 살 때였었어…….”
동네장터에 굿거리단이 들어 왔는데
만담도 하고 콩트도 하고 재주도 피우며 약을 파는 약장사들이었단다.
거기서 한 소녀를 만났단다.
그 소녀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소녀가 아니었단다.
무대에서 색동 저고리를 입고 꽃 장구를 치는 소녀였는데 처음 보는 순간 완전히 반했었단다.
그날 이후 친구는 매일 그 공연을 봤고(동네 할머니들 아무나 붙잡고 들어 갈 수 있는 나이였기 때문에)
나중엔 콩트나 만담을 다 외워버렸다고 했다.
소녀는 자기의 공연이 끝나면 공연 중간중간에 공연내용이 찍힌 사진을 팔러 다녔단다.
그러던 어느날 소녀는 자신이 찍힌 사진을 친구에게 건네주며 귓속말을 했단다.
“ 비밀이야!”
던지듯 사진을 몰래 떨어뜨리고 간 그 소녀도
매일 공연을 보러 오는 그 친구를 기억하고 있었단다.
그날 이후 친구는 공연을 하기 전에 그 소녀와 매일 놀았다고 한다.
바람과 구름과 꽃들을 친구 삼아……. 들로……. 산으로…….그리고 바다로…….
시간이 흐르고,
약을 팔 만큼 판 약장수들은 장터를 떠나야 하는 날이 왔단다.
친구는 그날 밤 그 소녀를 따라가기 위하여 울면서 짐 보따리를 꾸렸단다.
친구가 싸는 짐을 엄마는 풀면서 웃기만 하고,
엄마가 풀어 놓은 짐을 친구는 울면서 다시 싸고…….
다음날, 공연장을 철거한 천막을 가득히 싣고,
흙 먼지 뽀얗게 흩날리며 달리는 삼륜차 뒤를 따라 달리며 친구는 엄청 울었단다.
친구는 말했다.
“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마 나의 첫사랑이었던 것 같애.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후엔 그렇게 순수하게
누구를 좋아해 본 기억이 없어!”
얘기를 끝내고 나자 그 친구의 눈에 엷게 고인 눈물이 갓 등 아래로 쏟아져 내린 알 전구 빛에 의해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친구의 첫사랑이 삼륜차와 함께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그 친구에게 사라진 첫사랑이 나에게로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첫사랑을 그리던 그 친구를 사랑했다.
첫사랑의 아릿함에 빠져 코 끝까지 빨개지며 눈물이 고이던 그 눈,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나의 첫사랑이 된 그 친구.
어쨌든 잘못 전이된 감정은 나의 가슴을 오랫동안 아프게 했다.
그때 내 나이 서른 다섯이었으니…….
나도 어지간히 무딘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내 안에서 거하다 갈앉은 감정들이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와 같은 감정은 그전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
나는 감히 그것만을 첫사랑이라 칭하며 고집을 피운다.
그러나.
모 . 든 . 사 . 랑 . 은 . 첫 . 사 . 랑 . 이 . 다!
짱짱 ^*^))// 방글방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