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아버님의 사랑

monomomo 2002. 6. 16. 18:57





아버님의 사랑 1





감을 딴다.

이파리 하나 달리지 않은

하늘로 뻗은 잔가지에 매달린

빨갛게 익은 감을 딴다.

“담장 옆으로 뻗은 가지 감은 따지 마라. 그 집 햇볕 받았으니 그 집 감이란다. 높은 곳에 있는 감도 따지

마라. 옛날부터 까치 먹으라고 남겨 두는 법이란다.”

감나무 밑에서 아버님은 시종일관 말을 하신다.

어깨에 매고 간 복합비료 빈 자루가 묵직해지면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짝은 딛지 마라. 가지가 너무 가늘다. 감 자루 이리 던져라. 아가, 그짝 놈 딛지 말고 쩌짝 놈

디뎌라. 옳제. 옳제.”

감나무에서 내려 왔다.

“아이고. 나는 감이고 나발이고 너 떨어지까봐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아! 아버지!

까치 밥으로 남긴 감은 나를 위한 감이었군요.

기쁜 소식 전하고 다니는 까치가 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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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사랑 2




어느날, 아버님과 토드락 탁탁 싸웠다.

지금하고 있는 일을 몹시 못 마땅해 하실 때다.

게을러 터져서 허황한 꿈을 꾸며 뜬 구름 잡는 일을 한다고 잔소리를 길게 하셨다.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아버님이 무슨 말씀을 하려하면 미리 설쳐서 못하게

해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난 정말 나쁜 딸이야! 내가 만약 아부지면 난 개냥 갔다 버렸다. 아부지니까 날 보지 누가 날 보겠어?

그래서 나 같은 딸 낳을까 봐 시집도 안 가잖아! 내가 때려 주까?”-하면서 마구 나를 때리며 애교

작전으로 나가 아무 말도 못하게 해 버린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며 나를 닦아세웠다.

나는 아버님의 말끝마다 토를 달았다.

급기야는 내가 한마디 했다.

“그래! 나 이제 아부지 딸 안 할거야. 그러면 되잖아! 아주 간단하네! 좋아! 이제 우리는 연을 끊는 거야!

됐지? 그리고 정히 그들이 좋으면 데려다 살어!”

그 말에 아부지는 방금 전에 부리던 그 호기는 금새 사라지고 또 수그러든다.

“아니, 내가 언제 고것들이 좋다고 했냐? 고것들 수 백명을 데려와 봐라 너 하나하고 바꾸나?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몰라! 나 당장 지금 갈 거야!”

“히힛! 승질머리 하고는…….아가! 내 말 한번 들어 볼래? 수수께끼를 낼 테니 한 번 풀어 볼래? 응? 응?”

“ 그래! 내봐!”

“ 음~~~쪽제비가 있었느니라! 쪽제비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건너려다 마른 삭정이에 배를 찔려 죽었단다.

며칠이 지나서 그 쪽제비도 말라 비틀어졌단다. 나무 위에서 죽은 채 말라 움직이지 않는 그 쪽제비! 그란디,

그 쪽제비가 살았다고 볼 수도 있거덩? 어디 한 번 니가 그 쪽제비 살려볼래?”

“죽었다며? 죽은 걸 어떻게 살려?”

“그러니까 수수께기지! 딱 한가지 방법이 있는데…….”

“몰라! 그냥 말해! 생각하기 싫어!”

“알었다! 그 쪽제비라는 짐상이 영악하고 참 나쁜 짐상인디, 고것들도 지 새끼 생각 할 때는 사람하고

똑 같단다. 그 죽은 쪽제비가 산 쪽제비가 될려면 말이다? 집 나간 지 새끼가 아직 안 들어 와서 어디서 뭘

하고 있나?하고 귀 기울이고 있는 쪽제비로 생각해 봐라! ”

“……”

“죽은 쪽제비도 산 쪽제비로 보이게 하는 것! 부모 맘이 그런 거란다! 내 맘도 그렇단다! 인자 알겄냐? 아가?”

서른이 넘은 그 나이에도 아버님에겐 언제나 아가로 보이는 나.

아! 아부지! 아부지! 우리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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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전화세 물기도 힘든디 어지께는 느그 엄매땀새 연체료 물고 전화세 냈다. 내가 어째서 이십 오일 날까지

내라고 써있는디 인자사 내냐고, 오늘이 삼십 일인디하고 뭣이라고 한께 여그 안 삼십 일이라고 안 써

있소하드라. 납기 내, 납기 후도 모르는 그런 여자하고 내가 산다. 하기사 전기 밥솥 첨 샀을때 밥상 다 봐

놓고 밥솥 벌린께 쌩쌀로 있다고 고장 났다고 말한 여자한테 뭔 말을 하겄냐. 온(ON), 오프(OFF) 모른다고

반 백년을 살었는디 인자와서 안 살 수도 없고. 그것 말고도 모르는 것이 겁나게 많제만 나에 대해서는

놈들 보다 아는게 더 많응께 참고 살어야제 어짜것냐. 잘 있지야? 전화세 많이 나온다. 끊자”

사랑인지 체념인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당신 말만 하시고 전화 급하게 끊어버리면 끝인사 목에 걸고

헛웃음을 웃는다.

아! 아버지!

누가 내게 뭘 모른다고 정면에다 대놓고 꾸지람 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그에게로 가서 채찍이라도 달게 맞고 싶습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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