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절망하지 않기 위해.

monomomo 2002. 7. 25. 20:49







절망하지 않기 위해





난 달리기를 잘한다.

누워서도 달리고,

앉아서도 달리고,

서서도 달린다.

늘 달아나려 했기 때문인지 실제로도 잘 달린다.

숨어있던 나를 겉으로 내 빼준 유일한 상황.

늘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던 나를

보이게 해 줬던 가을 대 운동회

난 그때 “나 여기 있었어요. 맘껏 구경하세요” 라고 외치며

내 존재를 드러내놓고 사람들을 제치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맘껏 내달렸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아버지는 우쭐해 했다.

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참으로 편한 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되고

죽을 것 같은 숨 가쁨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난 달리기를 잘한다.

그 곳이 어디든 어딘가에 빨리 다다르고 싶기도 하고

현 시점에서 빨리 달아나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걷다가 지겨우면 달리고

달리다가 지겨우면 또 걷는다.

어딘가를 향해서 간다는 것.

그것이 그 곳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

이 곳을 떠나려는 마음이 더 컸을 때

나는 그것을 절망이라 말하고 싶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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