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지 않기 위해
난 달리기를 잘한다.
누워서도 달리고,
앉아서도 달리고,
서서도 달린다.
늘 달아나려 했기 때문인지 실제로도 잘 달린다.
숨어있던 나를 겉으로 내 빼준 유일한 상황.
늘 있는 듯 없는 듯 보이지 않던 나를
보이게 해 줬던 가을 대 운동회
난 그때 “나 여기 있었어요. 맘껏 구경하세요” 라고 외치며
내 존재를 드러내놓고 사람들을 제치고
숨이 끊어질 때까지 맘껏 내달렸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고 아버지는 우쭐해 했다.
달리기를 잘하는 것은 참으로 편한 것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되고
죽을 것 같은 숨 가쁨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난 달리기를 잘한다.
그 곳이 어디든 어딘가에 빨리 다다르고 싶기도 하고
현 시점에서 빨리 달아나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걷다가 지겨우면 달리고
달리다가 지겨우면 또 걷는다.
어딘가를 향해서 간다는 것.
그것이 그 곳에 대한 그리움이라기보다
이 곳을 떠나려는 마음이 더 컸을 때
나는 그것을 절망이라 말하고 싶다.
짱짱 ^*^))// 방글방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