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사장님! 우리 사장님!
늦은 출근을 했다.
막내가 와서 식사를 시켰는데 뭘 드시겠냔다.
안 먹겠다고 해 놓고 후회를 한다.
그런데 공기 밥이 서비스로 와서 곁다리로 껴서 먹게 되었다.
내 맘을 어찌 알고. 고마우신 식당 아줌마!
미술팀 한 명이 밥을 먹지 않자 왜 안 먹느냐고 묻는 우리 사장님.
팀원이 지금 오고 있으니 같이 먹겠다고 말한다.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우리 사장님, 한 마디 던진다.
“이제부터 점심 시간 이후에 오는 사람은 점심 먹고 와!”
저건 분명 나 들으라고 한 말일 거야! 가슴이 뜨끔했다.
치치! 밥을 남긴다.
그런다고 뜨끔거린 가슴이 없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S# 사무실(낮)
사장님,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하시며 바쁘게 왔다 갔다 하신다.
이사님 옆으로 간 사장님, 심각한 표정으로 턱 밑을 만지며 말을 건넨다.
사장님 ; 요기가 아픈데 말이야. 왜 그러지?
이사님 ; 글쎄? 여기면 무슨 선인데?
사장님 ; 선? 전립선인가?
이사님 ; ???
직원들 일동 웃음.
나 ; 사장님은 전립선이 목에 있어요?
직원들 일동 조용.
사장님 ; 그래! 난 코로 한다!
직원들 일동 웃음.
* 사장님과 관리 이사님은 부부다.
S# 사장실(토요일 오후)
1시가 넘어서 출근한 홍보실 직원과 나를 본 사장님, 혼잣말처럼 하지만 다 들리게 큰 소리로 말한다.
사장님 ; 우리 회사도 출근기 찍을까? 창고 어디에 있는데…….
아랑곳 않고 계속 늦게 출근하는 나와 홍보실 직원들.
며칠 후.
마케팅 회의가 끝나고 또 한 마디 던지는 사장님.
사장님 ; 저기 혹시 요즘 오전에 아르바이트 하세요?
직원들 머쓱.
S# 회의실(낮)
마케팅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지문을 던지는 사장님.
사장님 ; 저기 말이야, 공공의 적 반대말이 뭐죠?
직원 일동 침묵.
홍보실장 ; 개인의 적.
사장님 ; 그게 문제야! 상식을 벗어난 사고를 해야지. 공공의 적은 공공의 연인이죠!
직원들 ; ???
사장님 ; 그러면 안되나?
S# 술집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고 가며 권커니 붓거니 술을 마시는 회식자리, 요즘 인터뷰 하느라 바쁘신 사장님,
일요일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말씀하시다 느닷없이 내게 한마디 던진다.
사장님 ; 요즘엔 인터뷰하면 꼭 사진을 찍어서 말이야……. 정 이사님! 낼 칼럼 꼭 보세요? 꼭 봐야 해요?
나 ; 무슨 내용인데요?
사장님 ; 아! 일단 보세요. 보면 알아요!
다음 날 신문을 보고 알았다.
사장님이 내게 하고 싶었던 얘기를.
*그 얘기가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으로 스포츠 조선(2002년 4월 1일자-그날은만우절이다.)
김형준의 씨네마 천국을 찾아 보시길.
우리 사장님은 요즘 우리나라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항상 얼굴에 태극 마크를 그리고 나오신다.
저 번 미국과의 경기 때는 아주 회의실 의자를 영화관처럼 배치해 놓고 캔 맥주와 오징어를 사다 돌렸다.
대 놓고 먹는 밥집에서 수박도 두덩어리 보내와서 먹으며 관전을 했다.
오늘은 태극 마크에 <필승> 이란 글자까지 쓰시고 부부가 아예 붉은 악마 티셔츠까지 입고 출근 하셨다.
온 가족이 다 티셔츠를 사 입었다고 한다.
오늘은 특별히 여의도에 응원을 가신다고 하신다.
참 열성적인 사장님이다.
항상 그의 낙천적인 면이 부럽다.
관리 이사님이 오늘은 한마디 하셨다.
얼굴에 태극 마크 그리는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이란다.
매일 아침 화장하는 사람이었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거울을 보고 직접 얼굴에다 그리느라 옆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든 생각이리라.
지금도 전화를 하신지 30분이 넘었다.
결재를 받아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언제쯤 전화를 끓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며느리도 모른다.
하루의 반은 전화기를 붙들고 사시는 사장님.
그 전화 내용의 반은 영어다.
부럽다.
짱짱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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