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특별한 재주

monomomo 2002. 6. 19. 14:52





특별한 재주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재주가 있다.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나만의 재주.

어질러 놓는 재주다!

어진다기 보다 정리 정돈을 못한다고 해야 더 옳은 표현인 것 같다.

어질러진 집을 보면 답답하긴 하지만 깨끗하게 정돈 된 것 보다 훨씬 안정감이 느껴진다.

하여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을 느끼려 정리 정돈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점은 내 손이 가지 않으면 언제나 그 자리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런 연유로 인하여 나의 집은 몹시 어지럽다.

혼자 사는데 흉 볼 사람도 없고 흉 잡을 것 같은 사람은 집에 들이지도 않는다.

이것이 내가 사는 방법이다.

그런 집에……

작은 언니가 왔다.

우리는 자매이긴 하지만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 언니가 난데없이 나타나서 이 삼일 묶고 가겠단다.

그러라고 하긴 했지만 어색해서 나는 그냥 컴퓨터 앞에 앉아 바쁜 척을 하고 있었다.

헌데 언니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부엌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방으로 마구마구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지면서 정리를 한답시고 나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언니는 결국 걸레들 들고 화장대, 책꽂이, 기타등등 여기저기를 훔치다가 한마디를 했다.

“좀 치우고 살아라. 이게 뭐냐?”

참참참 ! 무신소리! 여지껏 잘 살았는데……언니의 잔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세상에 무슨 여자가 색조 화장품은 한 가지도 없네? 양말은 또 이게 뭐냐? 빨래도 좀 개고, 팬티도 좀

이쁜 걸로 사 입고……”

으악! 웬 시어머니? 저런 소릴 듣고 살 거면 시집을 가지…… 내 한 몸도 귀찮은데……

“나는 도저히 치울 수가 없다. 너 알아서 해라!”

누가 치우랬나?

“버릴 것 좀 버리고……”

계속 궁시렁 대던 언니는 그만 포기했는지 내 옆에 아예 턱을 괴고 앉아 말을 이어갔다.

“이러고 살아도 어지럽지 않니?”

내가 한마디 던졌다.

“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자고 가! 나 어지럽게 하지말고. 나는 지금 언니가 더 어지러워”

언니는 내가 한 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책상 위에 쌓인 종이들을 주섬주섬 집어 들었다.

“ 만지지마! 언니 눈엔 그게 쓰레기로 보일지 몰라도 내게는 다 자료란 말이야!”

요지는 그랬다.

왜 자료들을 노트에 깨끗이 정리 정돈해서 기록해 놓지 못하고 꼭 찢어진 신문지 귀퉁이나 크리넥스 같은

휴지에 적어서 쓰레기처럼 쌓아 놓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난들 왜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데 생각이 노트를 펼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언니는 혼자서 결혼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 한참을 떠들다가 내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제 풀에 지쳤는지

침대로 가서 누웠다.

“저 방 침대에 가서 자! 나는 누가 옆에 있으면 잠을 잘 수가 없어.”

“ 어? 그래? 나는 옆에 누가 있어야 잠이 오는데……”

“그럼 내가 저 방으로 갈까?”

“그냥 자! 하룬데 뭐!”

나는 방법을 연구 했다.

음악의 볼륨을 높인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언니는 일어나서 다른 방으로 가서 잤다.

하! 하! 하! 성공을 한셈이다.

그 언니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집으로 전화를 해서 아이들 밥이며 학교 가는 것을 일일이 챙겼다.

아침 8시면 나에겐 한 밤중인데……

아! 어쩌나!

그러더니 또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아뿔싸! 파출부를 부르는 것이었다.

언니는 그새에 일어나 나가서 파출부를 찾아 전화 번호를 알아 보고 온 것이다.

이어지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를 도저히 누워있지 못하게 했다.

나는 할 수 없이 컴퓨터를 켜고 채팅 방에 들어가서 음악을 들으며 수다를 떨다가 싸우나에 들렀다 회사로

왔다.

이 삼일 묶고 간다고 했는데 오늘 밤과 내일 아침이 미리부터 걱정이 된다.

퇴근 후에 변해 있을 내 집 같지 않은 내 집에 들어 갈 일도 아득하다.

언니는 왜 내가 사는 방법을 존중해 주지 않는 걸까? 나는 언니더러 단 한번도 어쩌라고 말 한적이 없건만.

내일 아침에도 오늘 아침 출근길에 들었던 잔소리를 또 들어야 하겠지?

“ 너 어디 노가다 가니? 그 차림새가 뭐니? 그리고 머리 염색도 좀하고…… 시집도 안 간게 머리는 허해 가

지고……”


*하기사 내 앞 머리카락은 새치라고 우기기엔 너무나 반백이다.

무슨 깡으로 그러고 다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브릿지를 넣었으려니 생각해 주길 바라는 억지스런 생각을 해 본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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