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완주 경험기
그 해 봄에
ㄷ 일보를 펴든 순간
나는 문뜩 달리고 싶었다.
-벚꽃을 보고 달리다 보면 금방 반환 점을 돌아옵니다-라는 글귀에 속아서
아니 나로서는 그때 크게 달리 할 일도 없었고
어떤 견딜 수 없는 상황으로 내 자신을 내몰아 괴롭히고 싶기도 했었다.
그때 황영조 선수의 인터뷰 가운데
나를 혹하게 했던 -인간이 할 짓이 못 된다고 봅니다-라는 한 마디 말이
나를 겁 없이 마라톤을 뛰게 했다.
도대체 인간이 할 짓이 못 된다는 그 상황을 경험하고 싶어서
올림픽 공원에서 네 번의 연습을 마치고
경주로 내려갔다.
역사 주변에 여관을 잡고
뛰기 두 시간 전에 먹어야 한다는 식사시간을 맞추기 위해
따르릉 시계 맞춰 놓고
소풍가기 전날 밤처럼 설레다가 잠을 잤다.
다음날
운동장에 도착해서
씩씩하게 몸을 풀고 스타트 라인에 섰다.
뜻을 함께 한 수많은 동지들의 씩씩함을 보며 행복해했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우리는 뛰었다.
정말로 씩씩하게
......
......
......
흐흐흐
그런데
경험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10KM도 못 가서 알게 되었다.
벚꽃은 필 생각조차 하질 않고
주최측의 준비가 엉성해서 마실 물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온 몸에선 땀이 말라 소금 마사지를 해 놓은 듯 껄끄러웠고
그래도 그 정도는 참을만했다.
괴로운 것은 그래도 오로지 뛰어야만 한다는 것
마라톤은 100M 달리기가 아니어서
되돌아 와야하는 반환점이 있을 줄이야
반환 점의 2분의1도 못 뛰어서
디지털 시계 차 매달고 돌아오는 선수들을 보며
알고는 있었지만 그때 그 막막함이란
달려간 만큼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
달리면 달릴수록 되돌아가야 하는 곳이 점점 멀어진다는 것.
그것은 곧 공포였다
완주는 했다.
42,195KM.
4시간 21분 16초.
나와 싸워 이긴 전리품
완주증과 금도금된 완주 메달을 받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다시는 궁금하다고 해서
겁 없이 시도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않겠다는 결심을 하던 중
잠이 들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다섯 개의 발톱이 피멍이 들면서 죽어갔고
그 발톱들을 보며 악몽에 시달렸고
새 발톱이 나서 매끄러워졌는데도
절대로
절대로
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잊지 않을 것이다.
마라톤!
그 공포스럽던 절망에 가까운 막막함에 대해서.
*해 마다 개최되는 각종 마라톤 대회 광고를 접 할 때면
마음 한 구석에 도사리고 숨어있던 뛰고자하는 열망이 다시금 솔깃하게 일어서곤 한다.
그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상기 시켜 주는 이글을 읽고 얼른 도리질을 치곤한다.
모르긴해도 지금의 내 기억력으로 보아 이글을 안 써 놓았더라면
그후로도 몇번 더 뛰었을 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이 글을 써 놓은 걸 잊지 않았다는 것.
* 축구 선수들이 전후반 90분 동안 뛰는 거리가 몇 킬로미터나 될까요?
알고 싶어요.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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