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맥베스 2002!!!!!
취향에 맞아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면서도
지금껏 본 연극 중에 가장 완성도 있는 연극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이 연극을 꼽을 것이다.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지만
어느 것 하나를 특별히 더 돋보이지 않게 꾸린 연출력에 먼저 감탄을 했다.
어둠 속에서 낯선 이들과 아무 말없이 앉아 있다는 것,
그것 만큼 공포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설혹 각본에 의해 예고 된 어둠이라 해도
어둠은 일단 공포스럽다.
레이디 맥베스 2002는
그런 공포감을 극대화 시키는 음악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조명을 받으며
인물들이 등장한다.
첫 장면부터 헉! 하고 탄성이 나왔다.
묘한 공포감이었다.
탄성이 나오는 공포감.
그것은 흔히 느끼는 두려움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뒷덜미를 타고 내려가는 쫘르르 한 전율이 진저리를 치게 만들었다.
묘하게 느껴지는 습한 기운이 어둠과 그 색깔이 일치했고 그 색깔과 일치하게 흐르는 음악.
후두부가 뻣뻣하게 굳어지며 핏돌기가 빨라짐을 느끼게 만들기 시작하며
이 연극은 시작 되었다.
어둠이었다.
전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은 어둠 속에서 공명 되서 들리는
화두 같은 질문들이었다.
이 사람이 누구입니까?
제가 누구입니까?
내가 누구입니까?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너는 누구냐?
자아입니다.
죄의식입니다.
마음입니다.
아!!!!!
정말이지 감동은 희열에 앞서 고통이었고,
내가 내 눈으로 죽음의 종말을 보는 듯했고,
고통스러운 몸짓들이 쾌락으로 느껴지던 아찔한 순간이,
숨은 느낌 찾기 하듯 팽팽하게 긴장되던,
어둠 속의 아름다운 두려움이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손바닥이 불이 나게 박수를 치면서 생각했다.
이 연극 속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소망하는 것이라고 다 실행에 옮길 수는 없는 법이겠지만 순간 나는
무대로 뛰어들어 레이디 맥베스를 안아 주고 싶었다.
이제는 괜찮다고,
연극이 끝났으니 괜찮다고,
그리고 그 고민은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객석 등이 켜지고,
낯선 이들과 어둠 속에 앉아서 공포감을 느꼈던 연극을,
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우리들은,
이미 더 이상 낯선 관계가 아니었다.
기실,
내가 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
밤새도록 설치며 이 대사를 끌어안고 부대껴야 했다.
부재와 혼재!
내가 보는 것은 존재하는 것인가?
*서주희씨!
공연 끝나면 당신이 좋아하는 포도주를 사 들고
내, 수일 내에 한번 삼선교를 가리다.
아니면 당신이 우리집으로 오시던지.
프로그램을 옮겨 놓는다.
........................................................................................................................................................................................................
짱짱 ^*^))// 방글방글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3장 (0) | 2006.12.08 |
---|---|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2장. (0) | 2006.12.07 |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1장 (0) | 2006.12.06 |
여배우, 서주희! (0) | 2002.06.20 |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0) | 2002.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