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

여배우, 서주희!

monomomo 2002. 6. 20. 18:19






여배우, 서주희!



연극을 보지 않기로 결심한지 2년이 흘렀다.

다시 말해서 연극을 제작해서 말아먹은지 2년이 되었다는 얘기다.

연극을 도중에서 하차를 하느냐 마느냐…

고민을 하다가 끝까지 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직접 전단을 붙이러 다니며…


쫑파티를 하는 날,

꼭 돈을 벌고자 한 것은 아니었지만 단원들한테도 미안하고 여기서 무너지나 싶어서 어찌나 서럽든지…

대성통곡을 했다.


그리고 결심을 했다. -향후 10년 동안 내가 연극을 보러 가면 개다. 연극뿐만 아니라 무대 자체를 안 볼 거다.

10년 동안은 무대에서 하는 공연이라면 장르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랬었는데……


여배우 서주희를 맨 처음 본 곳은 텔레비전에서 하는 무슨 프로그램에서였다.

아! 저 배우랑 꼭 한번 만나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에

매료 되어 넋을 잃고 본 기억이 있었다.

이 바닥은 워낙 판이 좁아서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서 어찌어찌 그녀를 알게 되었다.

그녀를 처음 보던 날,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

버자이너 모노로그라는 연극 공연 첫날이었는데 그때도 나는 연극은 안 보고 모임에만 갔었다.

촌평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편한 자리였다.

그녀가 물었다.

연극을 왜 안 봤느냐고. 보러 오라고.

간략하게 연극을 보지 않는 경위에 대해 설명을 해 주자,

그녀는 그 상처를 자신이 치유하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쓸데없이 한 나의 결심 때문에 꼭 봐야 할 연극을 여럿 놓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선

후훗~하고 웃었지만 내심 고마웠다.

그러나 똥고집이라고 해서 쉬이 접혀지는 것은 아니었다.

알면서도 우기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자기와의 약속도 약속인 것을.

결국 그녀의 초대에 응 할 수 없어 두 달이나 하는 공연을 못보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서로 닮은 꼴의 영혼은 알아보는 법인지……

그녀와 몇 번의 전화 통화를 통해 뭔가 통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도 서너 번의 공연초청에 응하지 않다가 결국은 연극을 보러 갔다.

말로는 더 이상 거절하기가 미안해서라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설득을 당하고 싶었었다.


공연을 본 느낌은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반하고 반하고 또 반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을 만큼 황홀했다.

와! 저렇게 멋지다니! 저렇게 작은 체구 어디에 공연장을 꽉 차고도 넘치는 저런 에너지가 숨어있을까?

그녀의 끼는 어떤 다다름, 즉 미쳐있었었다.

무대와 한 몸이 된 채 매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안는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였다.

배우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내 생각>인 섹스어필, 천박하지 않은 섹스어필까지 갖춘 배우였다.

육적인 여자.

여배우 서주희.

그런 배우의 초대를 받아서 연극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아주 행복했다.

먹거리나 꽃다발이라도 들고 갔어야 했는데 급히 가느라<그날은 비까지 왔다> 빈손으로 가서 좀 거시기

하긴 했지만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엘 들렀다.

그녀는 말했다. 정말 축하한다고. 상처에서 벗어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난 속으로 생각했다. 고맙다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좋은 사람을 보면 울렁울렁하는 맘이 남녀 노소가 가려지지 않는다.




*서주희씨 고마워요!

이제 연극 자주 볼께요.

그리고 월드컵 8강전 땜에

토요일 공연이 취소 된 것.

알고 보면 잘 된 것 맞죠?

4강에 안들어도 너무 억울해 하지 마세요.







ㅡ 상처 받은 연극<뮤지컬 환타스틱스> 프로그램에 써진 글 옮김 ㅡ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기를


대학로에는 소극장들이 많이 있다. 아마, 하나 같이 당장 문을 닫고, 훌훌 털어 버리고 싶은 심정들이다.

요즘에는 공연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공연장을 운영한다는 것은 몇배나 더 어려움이 많다. 지금 있는

공연장들도 운영하는데 너무 힘들어 언제 문 닫을지 모를 판인데, 이런 때 공연장을 새로 해보겠다고

나서니,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극단 동그라미와는 금년 7월 문예진흥원이 ‘동숭홀’을 임대 운영하게 되면서, 첫 번째 개관 프로그램으로

만나게 되었다. 동숭홀과의 계약이 늦어지다 보니, 개관은 한 달이 임박해 있고, 시기도 여름 휴가철을 앞둔

공연 비수기, 첫 번째 공연은 뭐로 해야 하나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우락부락한(?) 여성분이

사무실로 들어서서는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제의를 한다. 처음 들어보는 신생 극단인데다, 대표는 누군가에게

들어본 기억조차 없는 젊은 분, 공연도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어 무대에 설 수 있을지조차 염려스러운

‘공옥진’씨를, ‘1인 창무극’으로 2주간이나 해 보겠다고...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공연이 결정되고

나니, 대표부터 배낭 메고, 운동화 끝 조여 매고, 전 단원이 이곳저곳을 전천후로 누비고 다니는데, 정말

새로운 분위기였고 공연도 결국 성공적으로 끝나게 되었다. 공연기간 내내 관람객들로 전석이 매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소외계층을 초청하여 공연을 관람토록 배려해 주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와 인정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여러 개 공연장 중 또 하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신나는 일, 즐거운 일이 없는 우울한 이 시기에,

우리 이웃들에게 ‘열린 극장’ 으로, ‘다른 극장’ 으로, 대학로에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 가는 좋은

공연장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새롭게 발돋움하는 극단동그라미의 ‘열린 극장’ 개관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예진흥원 문예회관 관장

한 기천






설레임 없이 산다는 것, 그것처럼 비참한 인생은 없다!




초가을부터 ‘열린 극장’의 공사는 시작되었다.

공사의 ‘공’자도 모르는 나는 무수히 열거되는 공사용어를 들으며, 머릿속의 회로들이 뒤엉켜 차라리

아프리카 사람들과 얘기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직렬연결이 어떻고 무슨 라인이 어떻고...... 3개월째 계속되는 현장에서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듯

시간을 보냈다.

소요산 단풍이 예쁘게 물들었을텐데...

어느새 가을은 나도 모르게 훌쩍 지나가 버리고.

개관 공연 준비를 하느라 또 바쁘게 지나는 동안 저녁을 먹고 거리로 나왔을 땐,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가슴을 헤집고 다니는 뭉클뭉클한 덩어리가 목젖까지 디밀고 올라 왔고, 온몸을 뻑뻑하게 만드는 어떤 기류가

느껴지자 문득 그 무엇인가가 그리워졌다.

비, 눈, 바람, 햇살...

날씨는 늘 나를 설레이게 했다.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때 나는 분장 냄새에 설레었고, 박수소리에 설레었고, 분장실을 메우는 짜장면

냄새에도 설레었다. 그 대상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형체 유무를 막론하고 나를 설레이게 하는 것,

나는 그것들을 사랑한다. 각기 그 느낌은 조금씩 다를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에게 색다른 감정을 갖게 해주기에.


설레임 없이 산다는 것, 그 것처럼 비참한 인생은 없는 것 같다.


끝없이 동화되고 동화되길 바라면서도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

연극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열린 극장을 열면서 열린 무대에 많은 세계가 담기기를 바래본다.

내게도 환타스틱한 세계가 벌어지길 은근히 기대하면서...





극단 동그라미, 열린 극장 대표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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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 ^*^))//방글방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