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큼은.
아침이면 책상 위에 있는 재떨이가 항상 깨끗이 비워져 있다.
전날 종일 피워 댄 담배 꽁초로 재떨이에 휠터 꽃을 피워 놓고 퇴근을 하는데.
누군지 모르지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평소엔 담배 한 갑을 3일에 걸쳐서 피우지만 요즘처럼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이 생기면
하루에 한 갑에서 바로 두 갑으로 튄다.
남들은 담배를 끊는다 어쩐다 난리가 아닌데 더 늘고 있으니…….
어쨌거나, 그 덕에 수모 아닌 수모를 당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내 책상 옆에 있는 난이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미진(微震)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받아 사느니라.>
마치 가람이 이 난을 보고 이런 시조를 읊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 난은 난중의 난이라 잘 생기고 꽃의 향기도 무척 좋았다.
그런데 그 난이 자꾸만 삐득삐득 말라간다.
순전히 담배연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 된다.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 봤지만 줄이고는 싶다.
믿거나 말거나 순전히 난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니 어쩌랴!
시집을 보내는 수 밖에.
분양을 할까 한다.
맑은 공기를 보장해 주고 애정을 듬뿍 줄 사람한테.
사람은 이미 정했는데 바쁘고 또 전달 할 방법이 여의치 않아서 미적 거리며 차일피일 미루고있다.
말라가는 난을 보고 있자니 맘이 좋지 않다.
어느날 갑자기, 즉흥적으로, 불현듯 난을 들고 튈 날이 빨리 와야 할 텐데…….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가만히 속으로 읊조려 보며 어떤 식이든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해 준 난에게도
재떨이를 비워 주는 어떤 사람만큼이나 감사함을 느낀다.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라면
큰 욕심 한번 부리고 싶다.
오늘 만큼은.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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