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니? 알면서도?
통 입맛이 없다.
씹어서 삼키는 건더기 있는 것들은 다 목에 걸려 잘 넘어가 주지를 않는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이 벌어 먹고 살기가 힘든 게 아니라,
먹거리를 보고도 동하지 않고 씹어 넘기기가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진다.
녹번역에서 은평구청 쪽으로 가는 길목엔 노점상들이 많다.
그 노점상에서 나를 유혹하는 과일들을 고르다가 필이 복숭아에 꽂혔다.
복숭아나 사서 갈아 먹으려고 수밀도를 사다가 풋 사과를 봤다.
시려니 생각하니 보기만해도 입안에서 침이 고였다.
사과에 대한 특별한 기억 하나가 있다.
며칠 전, 능소화가 늘어진 한 담장 길을 걸으며 친척 오빠 한 분이 생각났다.
ㅡ 그 오빠가 사는 집 담장에 능소화가 늘어져 피어있다 ㅡ
선의의 거짓말도 못할 정도로 정도만 걷는 그 오빠는 법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오빠의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갈 때도 오빠는 이땅을 뜰 수 없다며 혼자 한국에 남았다.
온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가깝게 지내던 친구, 친척들이 다 모였다.
오빠는 나가셔서 봉지봉지 먹거리를 사오셨다.
그 중에 하나가 사과였다.
한 친구가 사과를 깎다가 오빠를 불렀다.
“오빠 이 사과 어디서 사오셨어요?”
“왜?”
“먹을게 하나도 없네요. 다 썩었어요. 제가 바꿔 올 테니 사온데 말해 주세요.”
“알고있다.”
“예? 알아요? 썩은 걸?”
“응. 저기 길에 노점상 할머니한테 샀는데, 그 할머니는 썩은 지 몰라서 팔려고 했겠니?
그거라도 팔아야 이문이 남으니까 저러고 앉아있겠지 싶어 그냥 지나치기가 그렇더구나.”
우리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천사표라는 걸 들어서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야.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그 사과 내가 안 사면 누가 사겠니? 그나마 더 썩으면 팔려고 내 놓을 수도 없고.
그러니 안 썩은 데만 골라서 먹도록 해봐라.”
그때 오빠는 우리 눈에 신처럼 보여졌다.
하여 오빠의 말대로 썩지 않은 곳만 골라서 먹었다.
싱싱한 복숭아만 고르면서 생각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평범한 사람이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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