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음악 검색을 하다가 <트로트>를 검색 창에 치고 엔터키를 눌렀다.
아아아~~~
잠시 후,
다듬이 방망이로 다듬이 돌을 두드리기도 하고 마이크 삼아 목청껏 부르던
그리운 옛 노래들이 수 십년 전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우후죽순처럼 줄줄이 뜨기 시작했다.
트랜지스터 라디오 보다 그 크기가 더 컸던 밧데리를
아이들 기저귀 묶어주던 노랑 고무줄로 꼭꼭 묶어 품에 안고 여기저기 들고 돌아다니며 들었던
이미자, 조미미, 남진, 나훈아,문주란, 하춘화…
남인수, 이난영, 고복수, 황금심, 김정구, 백설희…
가슴 아프게, 바다가 육지라면, 섬마을 선생님, 미워도 다시 한 번, 동숙의 노래, 동백 아가씨.
무너진 사랑 탑, 목포의 눈물, 짝 사랑, 신라의 달밤, 눈물 젖은 두만강, 빈대떡 신사, 봄날은 간다.
마음의 떨림 판 중에서 가장 첫 번째 자리한 감성을 자극하며 시절을 나게 해 주었던 노래들.
얽키고 설킨 기억 속을 더듬으며 약간의 흥분과 설레임으로 기뻐하며 노래를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백설희씨의 <봄날은 간다>가 흘러 나오자 쿡 치 받고 올라 오는 뜨거운 덩어리가
가슴 여기저기를 뭉클뭉클 휘 돌아 다니며 아득한 세계로 빠져들었다.
온몸이 지구의 핵에서부터 이끄는 자력에 무겁게 가라 앉은 것 같기도 하고,
봄날의 아지랑이에 홀려 시골 담장 밑에 노곤하게 앉아있었던 오후처럼 공중에 붕 뜬 듯 나른해졌다.
그 기묘한 느낌이 갑자기 예정에 없었던 눈물 샘을 자극해 서러워지기 시작했다.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듯이 나의 봄날이 이렇게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니
흐르는 눈물이 끊이질 않아 한 참을 헤매다가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땐,
콧소리가 섞여 간드러진 목소리로
옛 여 가수는 아직도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듯이 봄날은 간다고 노래하고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같은 목소리로 봄날은 간다고 노래를 하는 그녀의 봄날은 저렇게 노래 안에 머물러 있지만,
연분홍 치마가 봄 바람에 휘날리듯이 나의 봄날은 이렇게 가고 있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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