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행복은.

monomomo 2002. 10. 2. 00:37








행복은 두 시간 거리 안과 식후 삼십 분 안에 있었다.





토요일 짐을 정리하기로 했다.

후배가 차를 가지고 와서 짐을 날라주겠다고 왔다.

짐을 싸고 회사를 나오자니 직원들이 차있는데 까지 따라 나와 배웅을 해줬다.

꿈에도 그리던 퇴사였지만 그간에 정이 들었던지 마음 한 켠이 조금은 허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악수를 나누고 차에 오르자 맥이 탁 풀렸다.

3일째 밥풀이라고는 한끼도 못 넘길 만큼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져 배가 고파도 거의 감각이 없어진 상태였다.

후배가 맛있는 것을 먹어줘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 그러자.

일단 바다가 보고 싶었다.

가장 가까운 바다가 있는 곳을 생각해 낸 곳이 대부도였다.

오전이라서 차는 막힘 없이 내달렸다.

귓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 줬다.

길고 긴 시화호 방파제 길을 건너자 각종 음식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배와 나는 배가 고플데로 고픈 상태였기도 하지만 그간에 있었던 경험으로 보아

관광지 음식점이라는 게 다 거기가 거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바다가 보이는 첫 번째 집으로 무장적 들어갔다.

조개구이와 새우 소금구이를 시키고 갯바람을 맞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이라도 한잔 하고 싶기도 했지만 후배가 운전을 해야 해서 음식만 먹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들을 이야기 하면서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행복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회사에서 짐을 쌀 때 심란했던 마음이 말끔히 정리 되었다.

맘에 드는 음식을 먹어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고 행복이 두 시간 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밥을 먹고 우리는 또 이왕에 왔으니 제부도까지 가기로 했다.

가는데 시간은 삼십 분밖에 안 걸렸다.

너른 갯벌과 함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연륙로로 이어진 제부도는 물이 들어 오면 나갈 수가 없는 섬이라서 불륜의 섬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섬이었다.

음………….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이른 나들이를 온 사람들과 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늘은 마치 특수효과로 처리를 해 놓은 듯

희회색으로 펼쳐져 있었고 어디선가 비가 내리는지 마른 천둥 소리가 났다.

긴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되돌아 올 즈음에서 비가 저쪽에서부터 쏟아져 오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은 비를 한 방울이라도 맞지 않으려고 하나 둘씩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냥 걸었다.

걸으며 생각했다.

뛰어봤자 1분인데 내 사는 인생에 1분 더 비를 맞는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다라는.

늘 젖은 상태로야 살 수 없겠지만

젖어서 혹은 마른 채로

때로 때때로 흥건하게 젖기도 하고

더러는 삐쩍삐쩍 마른 채로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행복이 식후 삼십 분 안에 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짱짱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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