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앵글 파티.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여러가지 파트 가운데 와이드 앵글 부분이있다.
여기서 와이드 앵글이란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 단편영화들을 통칭한다.
내 영화도 일종의 와이드 앵글 부분에 속한다.
우리 일행은 와이드 앵글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일요일 밤에 부산으로 향했다.
그 동안 우리와 늘 함께 했던 준마(?) 다마스를 타고 밤새 달려 도착 했을 땐
파티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서로들 야전군 생활을 하면서 익힌 얼굴들끼리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다 아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파티를 즐기기에는
한번도 그런 자리에 참석을 해 보지도 않았거니와
그런 모임 자체가 있는지도 모르고 영화를 해 왔던 나는 아주 많이 뻘쭈름 해 했다.
그들은 독특한 상상력으로 자기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지고 이 땅의 어두운 면이나
혹은 꼭 다뤄져야 할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다양한 색깔을 담은 영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 동안 결과와 상관없이 어떤 목소리를 담느냐 보다는
시청률이 어떻고 흥행이 되야 하는 영화들을 만드는 사람들 속에 속해서 일을 해 왔던 사람이었다.
그것이 아니어도 나 하나 건사하며 살기에도 힘에 부칠 만큼 충분히 복잡했고
나름대로 지난하고 어두운 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에 나 아닌 문제로 더 고민을 해야 할 여력도 없었다.
성향 또한 선지자나 무리의 앞에 서서 무엇을 부르짖는 일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여, 어둡고 복잡하고 열악한 것들은 딱 질색이었고 그들의 곁에 서 있기를 거부했던 사람이었다.
정부에서도 해결 하기 힘들어 미봉책으로 남아있고 언급을 회피하는 문제들을
문화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이상하게 부끄럽게 만드는 분위기에 일단 기가 눌렸다.
질식할 것 같이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소음에 가까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그들을 보며
동화되어보려 부단히 애를 썼건만 자꾸만 뒤로 물러나 앉게 되는 마음이
나를 그들 속에서 스스로 밀쳐나게 만들었다.
더구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묘하게 흐르는 연대 의식이
그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내가 그 안에 있음으로 인하여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찬 사람들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와이드 앵글 파티에 대한 느낌은 지금의 내 정체성이 혼돈스러울 만큼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얼마만큼 그들 곁에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과 함께 어울리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숨어있는 정의가 살아 날까봐
늘 외면 해 왔던 집단 앞에서 새삼스레 겁이 나는 이 정체가 사실은 몹시 두렵다.
다만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힘찬 목소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열정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은
나 역시 그들 못지않게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꿈틀거리는 정체가 언제까지 잠만 자고 있지 않고 뭔가를 하겠다고 고개를 들고 일어설까봐 겁이 나고
지금껏 살아 온 궤도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일었다.
바르게 살았다고 자부하며 살았다고 생각해면서도
남을 위해 그 무엇도 하지 않고 살았다는 자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들 앞에서는
늘 작아지는 이 느낌이 언제쯤이면 없어지려는지.
무엇을 알아서 해결해 나가려 하기 보다
모르고 넘어가기를 바랐던 안이함을 나무라듯 채찍질을 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 영화를 하는 내내 이 화두 같은 문제를 끌어 안고 많이 헤맬 것 같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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