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를 피디에게 넘겨 주기로 한 날짜를 엄청 어겼다.
대가가 아니더라도 이왕 하는 일 즐기면서 하고 싶었는데 많은 상황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질 않았다.
그 동안 너무나 쫒기면서 일을 했기 때문에 만일에 내가 오너가 되면 절대로 그러지 않으리라 맹세 했건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맘 먹은대로 되는 것 같지가 않다.
100여편 정도 촬영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을 진행하는 것 쯤이야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훤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신촐내기이기 때문에 많이 버벅거린다.
하기사 세상사 녹녹한 것이 어디 있으랴만
그래도 좋자고 하는 일을 스트레스까지 받아가며 하는 것 보단 좀 더 여유롭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밤을 며칠 샜더니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손까지 말을 안 들으니 더 미칠 노릇이다.
생각이야 머리가 하더라도 손가락이 워드를 쳐야 하니.......
물리치료를 꾸준히 받은지가 벌써 일주일째다.
그런데 아직 차도가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술도 안 먹고 약을 먹기 위해 밥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데도......
재미있는 것은 이상한 친구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60~80 먹은 할머니들과 물리치료를 받다보니.......
직업상 자연스러운, 또는 리얼한 대사를 찾기위해 자료 조사를 하는등 여기저기 돌아 다닐 때가 있다.
현장에서 나오는 에드립처럼 자연스러울려면 아무래도
그들 안에 들어가 속해 있어 봐야 쥐어 짠 죽은 대사가 아닌 살아있는 대사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 할머니들에게도 그런 살아있는 대사가 나왔다.
나: 많이 나아지셨어요?
할머니: 그럼, 첨엔 어찌나 아프던지 똥구녕를 하늘에다 동동 들고 아따따따따따하면서 심을 줘야만 앉았다 일어 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가이당도 잘 올라 댕기고 그래...하하하...가이당 없앤다고 약속하는 대통령 후보 나오면 난 무조건 그 사람 찍어 줄텐디...가이당 없앤다고 하면 그 사람은 당선 될거야...분명해
햐~~~
어디서 저런 대사를 들을 수 있겠는가?
어째 두서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마치 정치가들처럼.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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