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테스트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새벽 다섯 시까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겨우 눈을 부쳤다.
9시까지 양수리를 가야 하기 때문에 6시에 기상을 했다.
일단 밤에 내방에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해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미리 끓여 놓고 쌀을 씻어 불려 놓은 뒤 집을 나섰다.
투표를 하고 촬영장에 가려 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냥 양수리로 바로 갔다.
첫 컷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난 것이다.
주인공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 오는 컷인데
식당 바로 정문위로 해가 떠 있어서 반사광(갹구)을 받아 얼굴이 새까맣게 보이는 것이었다.
참참참!!!
해를 떼어 낼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걸 커버하기 위해서는 해보다 더 강한 조명이 필요했다.
우리가 준비한 조명기제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HMI기제를 준비했어야 했었다.
아니면 식당 상단으로 들어 오는 햇빛을 대형 담요나 흑지로 모조리 가려야 했다.
그러나 테스트 촬영이라 단촐하게 스텝을 꾸렸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스크립을 하면서 엑스트라를 했고
조감독이 분장과 소품까지 담당을 하면서 엑스트라까지 했어야 하는
1인 다역 멀티플레이어로 일을 해야 해서 손이 턱없이 부족했다.
아이고 구경 온다는 사람들을 거절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후회스러웠다.(일꾼으로 부려 먹게)
보통은 해가 조금 더 기울기를 기다려서 찍는 것이 상례이긴 하지만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입구 쪽이 걸리는 쪽을 나중에 찍기로 하고 다른 컷부터 찍어 나갔다.
익히 알고 각오를 했건만 열악한 조건에서 작업을 경험 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조감독과 프로듀서로서는 현장 진행을 눈을 감고 해도 될 만큼 경험이 많지만
감독으로서는 단편 영화를 만들어 본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인지라 어찌나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지
왜 하필 하고 많은 직업 중에 이 직업을 택해서 하겠다고 이리 생떼를 쓰고 있나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 거렸다.
배운 도둑질이라고는 오직 이것 뿐이니
이 일이 아니고는 먹고 살수 있는 기술도 없어서
끽해야 어디 식당에 가서 그릇을 닦는다거나 아님 달리 할 일도 없다.
미모가 출중하고 젊다면 나가요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이거야 나 원 참.
참참참!!!
테스트 촬영을 마치고 엄청 깨달은 바가 많다.
그 많은 것들이 동시에 머리 속을 헤집고 다녀서 머리가 다 지끈거린다.
여하튼 집에 와서 밤 촬영까지 무사히 마치고 스텝들과 밥을 먹고 간단하게 술 한잔하고 흩어졌다.
혹시나 감독이 될 제목이 아닌데 감독을 하겠다고 그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을 하느라 밤새 시달리며
어쨌든 이왕 시작한 일 최선을 대해서 끝장은 봐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양수리에서 촬영을 하는데 투표를 한 스텝이 없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는데 다행히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6시가 안돼서 대표로 감독인 내가 투표를 했다.그들이 찍고자 한 사람을 찍었는지 어쨌는지는 몰랐는데 저녁을 먹으며 개표 방송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스텝들은 다행히 모두 같은 사람을 지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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