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맞는 비는 분명 부산비와 달랐다.
부산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일단 화가 나고 답답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비가 오니 맘이 차분해지고 부침개가 먹고 싶고 그런다.
비는 같은 비인데 처한 상황이 다르니
비를 대하는 맘이 달라진 것이다.
어젯밤.
피디와 스크립터와 편집기사와 편집실에서 밤을 새고
잠깐 눈을 붙였다.
쇼파와 의자에 가로 세로 나름대로 알맞는 자세를 취하고 누워 자는데 기분이 찹찹했다.
맘 같아서는 싸우나를 가거나 한 시간을 자더라도 집으로 가서 자면 훨씬 피로가 덜 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것 또한 처한 상황이 급하니 여기 저기 꾸겨 자게 되었던 것이다.
맘 다스리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맘을 차분하게 먹기란 정말 쉽지 않는 일인 것 같다.
성질이 급해서인지
아님 뽕을 빼야만 직성이 풀리는 고약한 성격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일요일.
맘 같아선 맘껏 자거나
아님 어디 벌판이라도 가서 쉬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눅눅한 지하 편집실에서
풀리지 않는 그림을 볼 때마다
국세에 일익을 담당하기라도 하는 냥
애꿎은 담배를 피워대며
니코틴의 힘을 빌어서라도 뭔가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또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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