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땐 과음으로 인한 숙취가 마치 자신을 남용했다고 주신에게 혼이라도 나는 냥 정으로 깨듯 양쪽 관자놀이가 아팠다.
친구는 내가 눈을 뜨기가 바쁘게 아침부터 꿀물, 미숫가루, 매실차 등등을 타서 계속 내게 바쳤다.
친구는 또 과일을 깎고 국을 끓이고 밥 상을 차린 후 먹으라고 채근한다.
친구는 또 늘 끊으라고 채근하던 담배를 내가 찾자 남편을 시켜 담배를 사오라고 했다.
친구는 또 이제 한 숨 더 자라고 난리가 아니다.
친구는 또 자고 있는 동안 양말, 팬티, 넌닝셔츠, 바지, 남방, 스웨터 등등 가을 옷을 사다 놓고 내가 깨자마자 입어 보란다.
친구는 또 밖으로 나가 점심을 먹자고 하더니 장어구이에 복분자주를 반주로 사 먹인다.
친구는 또 간다는 내게 며칠 쉬었다 가라고 붙잡다 정히 간다하니 서울까지 데려다 준다고 뭔가를 서둘러 바리바리 싼다.
집에 왔다.
친구가 건네 준 짐을 풀어보니 거기엔 갓김치. 열무 김치, 김, 고추 짱아찌, 마늘 짱아찌, 멸치 볶음, 키토산 한 상자 등등이 바리바리 들어 있었다.
친구는 저번엔 메모 한 것 집에 가서 읽어 보라고 뭔가 호주머니에 넣어 줬다.
그 메모장은 몇 장의 수표였다.
친구한테 말했다.
“이 은혜 말이야….꼭 너한테 안 갚아도 되는 거지?”
당연히 친구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난 꼭 그 친구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든 갚으리라 맘 먹는다.
받을 줄 안다는 것.
그것도 상대를 사랑하는 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친구는 내게 그리 해 주면서 행복해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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