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버는 일? 밥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ㅡ그런데ㅡ
그녀는 어느 날인가부터 바람도 아닌것이 바람처럼 다가왔다.
예배당 꼭대기 낡은 십자가처럼 늘 같은 모습으로 조용히 숨죽이며 날 지켜주곤 했었다.
애써 언제 왔는지..언제 갔는지 소리내어 전해 줄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읽게 해 주고 싶어 한 책 한권을 날마다 조금씩 소개 할 것이다.
오늘밤은 그녀의 머리맡에 빈 소주병이 나뒹굴지 않기를 바래본다.
****************
기억은 시간에 저항하고
침묵보다 더 적절한 언어는 내게 없으리니
서럽고 서글픈 세상 우라질 그래도 내가 산다.
빌어먹을 세상'살이' 지지리도 궁상이고
비에 젖은 꼬락서니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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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보이지 않아도 아침은 오고 시간은 흐르고..
지난 밤 저주 받은 악몽의 끝이 비가 되었을까..
낮게 가라앉는 시간의 파편들이 빗소리가 되어 날아 다닌다.
알 수 없는 의문사들이 가슴속에 채곡이 쌓여가고
산다는 것은..
산다는 것은..
그 수 만 번의 질문 속에 단 한번도 얻지 못했던 답
새삼 그 정답이 알고 싶어졌다.
결국에 난,
시퍼렇게 날이 선 칼 끝을 네게 들이 댈 것이고
너는 그렇게 소리없이 죽어 가겠지
그래..
이것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비가 내려
우산도 없는 바닷가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사는 일들이 조금은 덜 슬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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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녁 거칠게 날 몰아세우는 "달베르의 춤"에 이미 저항을 포기했던 건 내 삶의 흔적이었다.
겨울은 가고 없건만
여전히 내 목덜미가 시린 까닭은..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뿌옇게 흐려져 보이지 않는 날..
괜한 눈물 바람이 나는 날
하루 종일 입가에 맴돌던 강 하나
'레테(lethe)의 강' 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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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두 눈을 감았는데
쓰라린 눈물이 흘렀어
따갑고 아픈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지
세상은 모르는 눈물이
내 안에서 마냥 흐르네?
오늘 하루도 바람처럼 사라질 것을 생각하면
참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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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참 미련하다.
미련 떨며 사는 모습이 꼭 누굴 닮았다.
그 여자의 어머니
마흔다섯에 청상과부(靑孀寡婦)가 되셨다.
이십년 수절(守節) 하고 남은 건 허무 뿐이란다.
그 여자
그 어머니 길을 간다.
영혼의 수절을 따르지 못하는 육신의 무거움속에
미련한 그 여자의 하루가 지고있다.
가라앉고, 쌓여가고, 날아가고,
먼지처럼..
사는 일들에 의무가 있나 싶은데...
****************
아파트 공사장 철탑 위에 내가 앉아 있다.
흔들리는 불안함
흔들리는 시간
오늘 하루 저 철탑 위의 어지러움이 내게 없기를..
새벽부터 찾아든 괜한 슬픔 하나가 아프다.
슬퍼서 좋은 아침..
패러독스 : 반 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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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리, 걸어가는 시간, ...
산다는 것이 일이 되어버린 지금 무에 서둘러 갈 길인가 싶다.
한 걸음, 두 걸음,..내 딛는 발 걸음 뒤로 따라붙는 그림자
하나, 두울, 세엣, 네엣,..
헤아려주면 될 것을..그러나
오늘도 난 달려가고만 있다.
창문 크기만한 세상이 달려 나온다.
새벽이었다.
****************
어둠이 죽음처럼 쏟아진다.
이내 부서질 듯 말라버린 심장하나 덩그러니 웃고 앉았는데..
달빛도 잊은 채..
별빛도 잊은 채.. 가는 길이 무섭다.
이 세상 어디쯤에
내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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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이라
나도 모르는 내 집이 생겼단다.
주인도 없는 빈 집에 잘 다녀갔다는 흔적들을 오늘에서야 보았다.
낯선 공간 위에..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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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처럼 쌓여 가는 시간을 본다.
손바닥을 펼쳐 보았다.
맑은 액체 한 방울 먼지 속에 나뒹굴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흔적이었다.
****************
해 질 무렵
충혈 된 두 눈가를 감싸 안았다.
따갑고 아픈 기억들이 흘러 내렸고 열린 동공속으로 휭 하니 지나는 바람 한 줌에 나는 또 속절없는 한 숨만 뱉어 내야 했다.
검은 노을이 저승 사자처럼 밀려온다.
신에게 부여받은
이승에서의 내 마지막 시간은 어디가 끝인가
입속에 맴도는 항생제 냄새가 역겹다.
다 토해 낼수 없는 내 아픈 상처와 기억들은 이 하늘 어디쯤을 떠돌고 있겠지
말라버린 상흔들 영원히 아물지 못하는.
"나'
라는 여자
그 존재의 가난함에 눈물이 난다.
****************
'버리면 얻는다'
'동화책을 믿지 말라'
'차가운 것이 명징이다'
거꾸로 서 있는 내 모습을 본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절룩발이 인생
어둠이 도시를 삼켜버리고 술에취한 간판들이 쓰러져 갈 즈음
문밖에 서있을 것만 같은 내 죽음의 그림자를 느껴야 한다.
살아서 무엇하나
내 가진 모든 것을 버렸다 했는데
나는 단 하나의 미련조차 버리지 못했다.
세상살이 이리저리 채이고, 넘어지고, 깨지고,..그때서야
하늘이 노랗다는 걸 알았고
그리고
인간처럼 간사한 동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어떤 홈페이지에 실린 모르는 이의 가슴 시린 글들이
바람 같은 내맘을 머무르게 한다.
어두운 선율에 묶여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묘한 느낌이다.
내가 왜 이 낯 모르는 글의 주인공을 염려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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