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환절기.

monomomo 2003. 9. 10. 23:07



머릿속이 활엽수 엽맥처럼 복잡해졌다.

원래 단순한 사람이라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해서 늘 바보처럼 한 가지 일만하고 살았다.

우체국과 은행 가는 일, 그리고 또 다른 일이 있으면 3일에 걸쳐서 하는 오랜 습관이,

두 가지 이상 되는 일을 동시에 볼려고 하면 머리가 무지 시끄러워서 늘 헤맸다.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지없이 덜렁 거리는 나의 성격에 당하고 말았다.

여권 만기를 확인하지 않고 비행기 티켓팅을 먼저하고 대사관엘 갔더니 세상에나!! 여권이 만기가 지난 것이었다.

부랴부랴 다시 만들어 가려고 하니 일정을 3일 늦춰야 했다.

이런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나에게 부화가 치밀었다.

지난 5월에 서울에 올라 온 이후에 한 일이라고는,

하루에 한갑씩 담배를 딱딱 비워낸 것하고,

온갖 라면 맛을 다 섭렵하며,

죽어라고, 그야말로 아무생각 안하고 죽어라고 노래만 24시간 듣고 또 들었더니,

이젠 생각하는 기능이 죽어 버렸나보다.

추석이란다.

언제나 그날이 그날이지만 명절이 주는 특별한 쓸쓸함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미치도록 배가 고픈데 아무것도 넘어가질 않는다.

올해도 나는 여지없이 계절앓이를 하고 있다.

이 놈의 환절기는 왜 꼭꼭 와서 나에게 안부를 묻는지.

줘 패야 하는데.

시리다.

합일, 관조.

사유하는 기쁨보다 가진 것도 없지만 비우는 작업을 더 해야 할 것 같다.

쿤데라가 말한 느림의 미학을 되새기면서 이 가을을 맞이 해야겠다.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지사항.  (0) 2003.09.16
영화, 그 막막함에 대하여.  (0) 2003.09.14
[ Dead Woman's Blues ]  (0) 2003.09.09
환절기.  (0) 2003.09.08
친구는 또.  (0) 200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