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이 설혹 내가 갈 길이 아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만약에 이 길을 가지 않는다면,
만약에 여기서 접어 버린다면,
이대로 주저 앉아 버린다면,
세월이 흘러 아무렇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젖은 날개 펴 보지도 못한 우기의 새처럼,
끝끝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운동화 속에 박힌 한 알의 모래알마냥,
죽을 듯이 아픈 것도 아니면서,
내내 불편해 할 거라는 예감이,
벽조목에 깊게 패여 새겨진 인장처럼 각인되어,
이 짓에 미쳐 날뛰던 지나간 내 시절에게 미안하고,
날마다 쓴 소주로 달래던 내 쓸쓸한 영혼에게 미안해서,
설레임으로 충만했던 현장에서의 기억들이 잔영으로 남아 있는 한,
그 잔존 기억 안에서 헤매일 것이 너무나 명백 하므로,
나는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마치 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오늘 아침도 여전히 날씨가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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