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 밖에서 길 찾기-좌충우돌 기행문.

monomomo 2003. 9. 20. 12:54






길 밖에서 길 찾기-좌충우돌 기행문. 이런 정신머리 하곤

같이 일하는 후배와 앞으로 길거리표 친구가 될 후배랑 밤새 술을 마시기로 했는데 그들이 먼저 나가떨어졌다.

난 짐을 마저 싸면서 블루스를 정리했다.

새털 같이 많은 날 다 두고 가기 전날 밤에, 그것도 코 앞에 닥친 시간에 뭐하자는 짓거린지.

짐을 싼답시고 싸기는 쌌다.

짐이라고 해 봤자 베낭에 몇 장의 블루스 시디와 명함첩을 넣고 속옷 가지와 갈아입을 옷, 그리고 선물로 가벼운 해산물(김,미역, 멸치)이 전부였다

그 놈의 블루스를 정리하느라고 어찌나 클릭을 해 댔는지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왔다.

날개쭉지 부분에 파스를 붙이고 정리를 하다가 결국 마무리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예정했던 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늦어 있었다.

부랴부랴 고양이 세수를 하고 길을 나섰다.

홍제역쯤 왔을까? 아뿔싸!! 지갑을 안 챙겨 온 것이다.

참참참!!!

다행인 것은 그나마 멀리 가지 않은 상태에서 알았다는 것이다.

차를 돌려 지갑을 챙겨 공항에 도착 했을 땐 다행히 한 시간 정도가 남은 알맞은 시간이었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후배랑 맥도날드에 앉아 기억컨데 내 생에 세 번째 햄버거를 먹으며(햄버거 뿐만이 아니라 빵 종류를 안 먹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시간이 되어 비행기를 타러 갔다.

면세점에 들러 산 물건이라고는 오직 담배 한 보루.

나에게 가장 필요로 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나리따 공항 대합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늘 설레는 일이다.




지금은 비행기안.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길고 지루한 비행시간을 잊기 위하여 음악도 들어보고 비디오도 보고 뭔가 끄적거려 보다가 결국 노트북을 꺼냈다.

지금은 시카고의 5대호 위를 지나고 있다.

벌써 기내 식사가 4차례나 나왔다.

다행인 것은 식사를 선택 할 때 묻든 질문이 너무 간단해서 좋았다.

커피 앤 티? 아니면 치킨 앤 비프? 아니면 오믈렛 앤 파스타? 정도였다.

12시간 이상을 앉아 가는데도 사람들은 배가 고픈지 나온 음식들을 딱딱 비워 냈다.

우와…난 그 중에서 겨우 한끼만 제대로 먹을 수 있었다.

그들이 내오는 음식을 비워 내기엔 한국에서 오랜 식습관이 시간상 또는 운동량상 무리였다.

비행상태는 아주 안 좋았다.

매미는 저리 가라고 하는 태풍이 온다던데 어찌나 롤링이 심한지 쓸데없는 상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를 테면 만약에 이 비행기가 추락 한다면? 내가 죽는다면? 아님 나만 살아 난다면? 등등.

뭐라고 뭐라고 기내 방송이 계속 나오는데 일어, 중국어, 영어 방송이 다 나오는데 한국어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영어는 지네 나라 비행기니 할 것이고, 일어는 경제에 밀리고, 중국어는 사람숫자에 밀리고

외국에 나갈 때 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기분이 얹짢다.

우리나라도 무엇이 되었건 강국이 되어야 할텐데.

기류가 어떻고 저떻고 그래서 롤링이 심하다는 이야기겠거니 하고 짐작하는 수밖에.


이제 2시간 후면 뉴욕에 도착한다.

일본 공항에서 패키지로 환갑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몇몇 할머니들을 위해 미국 입국 카드를 작성 해 주고 잠시 옆자리에 앉은 일본인과 일글뤼쉬(?)와 콩글뤼쉬로 이야기를 나눴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였는데 동경 대학교에 재학중이며 4일간의 할러데이를 즐기려 뉴욕으로 간다고 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한국도 갈 거라며 좋은 고장을 추천해 달라고 해서 나는 지도를 그려가며 서슴없이 해남과 경주를 추천 해 줬다.

그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나름대로의 한국에 대한 정보들을 이야기 했는데 주로 먹거리 이야기였다.

기무치, 부르고기, 비빔바브, 등등. 그러면서 한국을 대표 할만한 맛있는 음식을 소개 해 달라고 했다.

으악, 이걸 어찌 설명하나? 난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뜸 Namool 이라고 노트에 써 줬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음..콩..아니..그리고 한자로 豆 자를 썼다. 싹이 본(Born) 롱롱(LongLong)손짓을 해가며 설명하다 나도 웃고 그들도 웃었다 .하하하.

콩의 영어 단어가 그때야 떠올랐지만 알아 듣겠다고 하니 더 이상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설명 할 수도 없지만.

그들은 내게 뉴욕에서 같이 여행을 다니자는 제의를 했으나 난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서 사양했다.


한 잔짜리 와인들 두 병 시켜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 온다.

일단 여기서 접어야겠다.



숙소다.

나 혼자 다니기 망정이지 누가 나랑 여행을 다닌다면 아마 분명히 짜증을 내거나 화를 냈을 것이다.

일단 어리버리 좌충우돌을 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공항에 도착하자 입국 서류를 들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잘 안내 해 주고 내 차례가 되어 출구에 섰는데,

아이고나 그 흑인 여자는 갑자기 나더러 왜 연필로 썼냐며 다시 작성을 해 오라는 것이었다.

아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잘 하고 벌써 짐까지 찾아 밖에 서 있는데 왜 하필 내게만 안티를 걸어 오는 거지?

성격상 이건 한판을 하고도 남을 성질의 일이었지만 참아야 했다.

잘 못하면 다음 비행기로 다시 인천 공항으로 송환 될 수도 있으니까.

뭔지는 몰라도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서류를 작성 해 가져가자 이번엔 돌아갈 비행기 표를 내 놓으라는 것이다.

거기다 누구를 만나러 가느냐? 얼마나 머무를 거냐? 그러면서 중국 비자를 훓어 보고 호주 비자를 훓어보고 일본 비자를 훓어보고 스템프에 찍힌 내용을 여러 번 훓어보더니,

3달 동안 체류 할 수 있는 도장을 찍어 주었다.

참내. 내가 뭘 어쨌다고?

니들이 여기서 살라고 애원을 하고 빌어도 안 살 건데 미친놈들.

간신히 통과를 하고 밖으로 나오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아줌마가 좀 범상하게 생겼지 않냐? 매력이 있어서 오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랬을 거란다.

범상은 무신, 게다가 매력이라니?

나올 때 그 직원 왈..나더러 영어 좀 잘 하란다.

뭐 한 이야기도 없지만 그 말을 들은 줄도 모르고.

참참참!!!

할머니를 마중 나온 동생이 고맙게 플러싱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오자마자 난 풍악을 울리기 위해 전기 꼽는 곳부터 찾았다.

아뿔싸!! 이게 왠일인가? 전원이 120V 가 아닌가?

난 부랴부랴 나가서 한국 식당을 찾아 노트북을 보여주며 트랜스를 사는 곳을 물어 사 들고 들어 왔다.

일단 풍악을 울려 놓고 샤워를 한 뒤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나서 이렇게 앉아 있다.

친구는 내일 아침 일찍 온다고 했다.

배가 고픈 건지 아픈 건지 모르겠다.

아직 내 노트북은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53분을 가리킨다.

여기는 밤 8시 53분이다.

맨 처음 마지막으로 보고 싶은 친구들 한번씩 보겠다는 심산으로 나쁜 맘을 먹고 미국 행을 결심해서인지

뉴욕에 사는 사람들 전화번호를 안 챙겨 온 것이 후회가 된다.

한가지 목적 외엔 다른 것은 도대체 생각을 안 하니……

난 어째서 이렇게 생겨먹은 구조를 가진 동물일까?

늘 낭패를 보면서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짜증이 난다.

피곤하다.

방들이 다닥다닥 붙은 낡은 3층짜리 모텔에서 블루스를 들으며 이제 누울 것이다.

그리고 좀 쉬다가 피시방엘 가야겠다.


ㅡDonovan의 Black Widow가 흐르는 뉴욕의 낡은 모텔에서 짱짱.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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