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가슴에 사람 하나 묻고 다시는 맘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내 생에 큰 실수가 있었다면 많은 것 가운데서도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일이었다.
그나마 내가 사랑이라 명명 할 수 있는.
“이렇게 좋은 거군요. 그래서 아파요.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거. 그런데요, 그런데, 한끼 밥보다 못 한 거 있죠? 그게 화가 나요”
못 잊을 사람 하나 가슴에 담아 놓고 사는 것.
그것조차 없었다면 정말 쓸쓸했을 거라고 자위해 본다.
한 영혼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행복이라 말하고 싶다.
*스물 네살에 그 사람을 처음 보았다.
이후 11년 동안 그 사람은 내게 있어 투명 인간과 같았다.
같은 방송국에서 근 10년을 근무하면서
그 사람은 라듸오 파트에서
나는 티비 파트에서
서로 오고 가며 수 인사나 할 정도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이였다.
복도에서 만나면 "안녕하세요?" 이 말 외엔 더이상 이어 나갈 말이 없었고
서점에서 만나면 "잘 지내죠?" 외엔 달리 할 말이 없었던 사이.
나중엔 몹시 싫어하기까지 한 사람.
그 사람이 눈에 들어 오던 봄 날과 그 이후 석달 동안
아마 이게 사랑일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서른 다섯이었다.
늘 아팠던 사람이었다.
항생제를 너무 많이 먹어 이가 퍼렇게 변색이 되어 있었으니까.
동안거, 하안거를 자주 하던 사람이었는데 아예 싸들고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미루어 짐작컨데 건강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사람, 산에 보내 놓고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사람 알고 난 후 18년이 지났다.
보내 줬다 싶었는데 놓지 못하는 건
그것 밖에 생각 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아무도 보지 않고 눈을 감고 잘 살았다.
* 한국을 떠나기 전날 밤에 쓴 글이다.
한 동안 그 사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느 한 날 그냥 넘어 가는 날 없었건만.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함께 있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고
슬프면 슬픈대로 더더욱 함께 있지 않아 대행이었다.
나 땜에 아파하는 모습이 싫어 나 싫은 꼴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헌데, 이 아침.
불현듯 또 생각이 났다.
이상하다.
그사람 생각은 우울 할 땐 잘 안 나는데.
아!!
이젠 더 이상 갈 곳도 없다.
아나키스트 아닌 아나키스트.
방랑자 아닌 방랑자가 된 기분이다.
소주나 한 병 마셨으면......
*산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모두모두 내가 결정 지을 수 없고
끝끝내 다다를 수도, 도달 할 수도 없는
내 영역 밖의 일이 아닌가 싶다.
*사랑은 아마도 100 에서 시작하여 0으로 치닫으며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되어진다.
하여, 사랑은 소멸하기 위해 존재 하는 것이다.
사랑은 완전 소멸이 되고나서야 그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 할 때 사람들은 말한다.
"그 때는 그랬었지!"
참...무책임하지만 아리는 말이다.
"그 때는 그랬었지!"
그때가 그랬듯이 지금도 그러겠지만
우리는 늘, 지금을 중요시하고 사는 관계로다가
늘 지금만 생각하는 현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헤헤헤~~~
뭘 안다고.
난 왜 사랑 이야기만 나오면 아직도 쑥쓰러운지.
-그건 아마 자신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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