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긴 전화를 끊었네.
길고긴 통화였어.
술이 많이 취했는지 같은 소릴 여러번 반복해서 묻고 또 물었고
(몇시냐고 백번쯤 물어봤음)
내 바뀐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는데, 몇번이나 이게 누구 전화번호냐고 묻고..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내 걱정만 한거 알아?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것에 대해서 몹시 걱정 스러운듯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비난도 하지 않았고, 되려 날 이해한다고 말해주더군.
사랑...
참 우습지.
절대로 한곳에 머물지 않고 지나가는 감정이라고 결론 내리고 살아왔었어.
그런데 말이지.
정말 우스운것은, 그것을 알아도, 그 감정안에 빠져있는 동안은
세상의 그 어떤 논리나 정의를 들이대도, 오로지 사랑! 그것밖엔 보이지 않는다는거야.
이 계절은 두남자에게 사랑을 받고있어도 하나투 기쁘지 않고, 되려 많이 쓸쓸한 기분이야.
그곳 좋지?
네 곁에 정겨운 친구가 한명쯤 곁에 있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나름대로 뭐..
그거알아?
넌 한번도 내가 좋아하는것, 내가 하는것, 내가 원하는 어떤것,
그 무엇을 두고도,
나쁘다 아니다 싫다 별로다..라고 말한적이 없어.
참 좋은 친구지..
이번에도 내편을 들어줬지만, 걱정은 하지 말아줘.
난 몰라 아무것도 몰라~~~ 하고 몸을 던지기엔 난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고
너무 세상물정 뻔히 아는 영악한 중년의 여성이므로.
솔직히 내가 누굴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 자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별로 없어.
그건 내가 원한다고, 혹은 원치 않는다고 이리 저리 바뀌고 생겨날 마음이 아니잖아.
그렇게 되어지는 감정에게까지 양심의 가책을 받고 싶진 않아.
어쩌면 내가 쓸쓸한것은, 이제 너무 많이 알아서 눈 감고 뛰어들지 못하는
뻣뻣한 내 가슴이 문제이고, 그것이 서글픈 나이라는것을 자꾸 인식한다는 것이야.
맞아. 지독한 이기주의지.
요즘에서야.
내가 얼마나 나쁜사람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중이야.
그래서 가슴이 가끔 짓눌려.
숨쉬기가 힘든 순간도 있어.
가슴에 멧돌하나 올려놓고 있는듯, 무겁기도 해.
다 나의 업보라고 생각해.
받아들이고 있어.
남편 속이고, 다른 남자 만나는 여자가 그정도는 해야지.
유부녀인것 속이고, 한남자의 무조건적인 사랑해 소리를 들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그래야 공평하지.
.......
여행얘길 물어보려다가, 내 얘기만 잔득해버렸네..
각각의 짐이나, 몫은 다 달라도,
살아가는것은 모두에게 녹녹치 않다고..그렇게 느껴지는 계절이야.
먼곳에서, 좋은풍경많이 보고, 산책하고, 술도 마시고,
많이 느끼고, 그렇게.
보고싶군.
내게 금요일의 파티라 불리워지는 친구에게서 온 편지다.
재수를 한 그 친구가 대학교 2학년 때 만났으니 올 해로 딱 20년 된 친구다.
우리는 음악을 같이 듣고 술도 같이 마시고 방송국에서도 같이 근무했다.
그 친구는 라디오 파트에서 나는 티비 파트에서.
녹화가 끝나고 녹초가 되어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친구는 가끔 커피를 가져와서 건네 주며 담배 한대 피러 나가지 않겠냐고 묻던 친구.
비가 몹시 심하게 오던 어느날 새벽 방송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대학 선배를 만나 연애를 해서 결혼 한 친구.
나하고도 친구인 그 남자는 우리가 안지 10년 동안 아무 관계도 아닌 그저 술 친구였을 뿐이었는데
단지 비가 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것도 새벽에 우연히 부디쳤다는 것이 이유가 되서 인연이 된 부부였는데.
헤어진다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 말 마따나 감정이야 어찌 할 수 없다손치더라도
아프지 않게 아니, 조금 덜 아프고 지나 갔으면 하는 맘 간절하다.
그 친구의 남편도 내 친구이니.
어쨌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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