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호박같이 둥근 세상.

monomomo 2002. 7. 16. 15:53






호박 같이 둥근 세상.




아침이면 잠을 깨는 미칠 것 같은 소음들이 있다.

각종 사려 장사들.

야채 사라, 생선 사라, 과일 사라,

자명종 소리에도 미칠 것 같아 모닝콜을 시키는데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무엇을 사라는 소음이 들리기 시작하면 더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다.


문득,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살아가자던 어느 아저씨 생각이 났다.


그는 칼 가는 사내였다.

오래 전 일인데 꼭 같은 시간대에 집 앞을 지나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지나 싶으면 끊기는 목소리로 칼을 갈라고 외치던 그 사내.

아침마다 그 소리에 잠을 깨면서 어찌나 애절하게 칼을 갈라고 하는지 얼굴이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칼이나 가위 가~~~ㄹ~~~우~~~”

어느 날이었다.

마침 주인집할머니가 그 칼 가는 사내를 불렀다.

나는 때는 이때다 싶어서 나가 보았다.

사내는 들어 오지도 않고 대문 밖에서 칼을 갈 준비를 했다.

빈 우유 팩을 할머니께 건네 주며 물을 달라고 하더니 싯돌을 꺼내 각도를 맞추고….

“호박 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살아가세~~~~~”

계속해서 반복하며 부르는데 단 한 번도 곡이 같지 않은 걸 보니

혼자 그냥 부르는 노래지 곡조가 있는 노래 같지는 않았다.

호기심 발동한 나 질문을 시작했다.

나: 하루에 칼 몇 자루나 가세요?

사내: 대중 읍슈~~!

나; 그래도 평균이라는 게 있을 것 아녜요?

사내; 그냥, 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간다니께 그러네!

나; 그럼 하루에 얼마나 벌어요?

사내; 그것도 대중이 읍슈~~! 그냥 그날 벌어 그날 살고 있슈~~!

사내는 귀찮다는 듯이 열심히 칼을 갈며 “호박 같은~~~~~” 노래만 열심히 불러댔다.

나; 언제부터 칼을 가셨어요?

사내; 오래 됐슈~~! 내 처가 첫 애 낳다 죽은 해부터 했으니께 한 이십년 됐겄슈~~!

헉~~

나; 그럼 그때부터 칼을 가셨어요?

사내; 호박같이 둥근세상 둥글둥글 살아가세~~~~~

대꾸도 않고 노래만 부르는 사내 문득 생각 난 듯 말을 이어간다.

사내; 한 오천원 벌믄 국 밥 두어 그릇 사 먹고 소주 한병 사서 먹고 그려유~~!

그라고 남지기는 합숙소 방값하쥬~~! 욕심도 읍슈~~!

내 새끼 낳다 죽은 마누라한테 미안해서 새 장가도 안가고 떠 돌면서 이렇게 그날그날 벌어서 먹고 살어유~~!

계산이 안 됐지만 더 이상 물을 수는 없었다.

사내는 분명 둥글둥글 살고있지 않았다.

얼마나 둥글둥글 살고 싶었으면 가사에 곡조를 붙여서 저리 노래를 부를까 싶었다.

그 말을 듣고 난 이후 사내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칼 갈라는 소리가 더 애절하게 들려 왔다.

상실이 준 상처 입은 사내는

어디서 또 호박같이 둥근 세상을 둥글둥글 살아가자고 다짐을 하며 칼을 갈고 있는지.

지금은 그곳을 떠나 이사를 와서 아직도 그 사내가 칼을 가는지는 모르나

상인들의 사려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끔씩 생각난다.


아~~~!

호박같이 둥근 세상 둥글둥글 살고싶다.


*애도 같이 죽었다고 했다.




짱짱 ^*^))// 방글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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