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시간은 밤인데 몸은 아직 낮.
콘트라베이스 소리에 잠이 깼다.
가슴을 짖누르며 옭죄어 오는 현의 무거움에 헉헉대다
선율이라도 잡아 줘 패기위해 불을 켰다.
어느새 도망 가버리고 없는 선율.
첫 담배를 피며 노래 몇 곡을 선곡해서 듣는다.
느닷없이 코피가 툭! 하고 떨어진다.
화장지를 돌돌 말아 피를 막아 본다.
쌓인 먼지를 보면서도 음악을 들은 것 외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얼마 후.
붉은 피가 베인 하얀 휴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난 아직 살아 있다.
그것도 새빨갛게.
미칠 것 같은,
미쳐지지 않는,
미칠 수도 없는,
그러나 이미 미쳐있는.
어디든 내가 머물 곳이 없다라는 생각이
날 미치게 한다.
잘 못 살았다는 자괴감이 언제까지 지배할지
돌아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강 다짐을 했건만
여기.
이대로.
그냥.
그저.
그렇게.
머물러 있을 줄이야.
아!
질긴 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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