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질긴 생이여!

monomomo 2003. 11. 25. 07:49





5시.

시간은 밤인데 몸은 아직 낮.

콘트라베이스 소리에 잠이 깼다.

가슴을 짖누르며 옭죄어 오는 현의 무거움에 헉헉대다

선율이라도 잡아 줘 패기위해 불을 켰다.

어느새 도망 가버리고 없는 선율.

첫 담배를 피며 노래 몇 곡을 선곡해서 듣는다.

느닷없이 코피가 툭! 하고 떨어진다.

화장지를 돌돌 말아 피를 막아 본다.

쌓인 먼지를 보면서도 음악을 들은 것 외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얼마 후.

붉은 피가 베인 하얀 휴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난 아직 살아 있다.

그것도 새빨갛게.

미칠 것 같은,

미쳐지지 않는,

미칠 수도 없는,

그러나 이미 미쳐있는.

어디든 내가 머물 곳이 없다라는 생각이

날 미치게 한다.

잘 못 살았다는 자괴감이 언제까지 지배할지

돌아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시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고 강 다짐을 했건만

여기.

이대로.

그냥.

그저.

그렇게.

머물러 있을 줄이야.

아!

질긴 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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