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밤 장수 할머니라고 했다.
어젯밤 그 아줌마를 잠 못 들게 한 사람이.
그 아줌마는 식당을 하는 과부 아줌마다.
그 식당 앞에서 3년이 넘도록 군밤을 구워 파는 할머니가 있는데 어차피 먹는 밥 늘 그 할머니랑 같이 먹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식구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 할머니가 어젠 눈물을 찔끔거려서 왜 그러냐고 물었단다.
아들이 일일잡부를 하는데 며느리가 이번에 만삭이 되었단다.
그런데 집에 쌀이 떨어지고 기저귀감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 사줘서 가슴이 아프다며 울더란다.
그 이야기 들은 그 식당 아줌마 같이 울기 시작 했단다.
식당 아줌마는 기저귀가 얼마냐고 묻고 2만 5천원 이라고 대답하자 3만원을 주며 사주라고 했단다.
그리고는 밤새 잠을 설쳤다고 한다.
밤새 설치고 내린 결론은 20킬로들이 쌀을 한가마씩 매달 사주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 들은 난 갑자기 마음이 짠해졌다.
아주 낡고 허름한 식당을 하는 그 아줌마 마음도 너무 아름답고 요즘 같은 세상에 가제기저귀감 끊을 형편이 못 되는 그 할머니도 가슴이 아팠다.
나는 그 아주머니 손을 붙잡고 3만원을 건네주며 말했다.
“그 기저귀감 제가 끊어 주는 걸로 할게요. 아주머닌 매달 쌀 사주시잖아요.”
아줌마는 내 진심을 읽었는지 알았노라 말하고 받아 들였다.
그대신 내가 먹은 파전과 술값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손님들이 제법 드나 들었다.
자꾸만 밖을 내다보는 나에게 남편을 기다리세요? 라는 말에 대꾸를 하다 합석을 한 아주머니와의 짧은 만남이 오래 기억 될 것 같다.
*그 식당 남춘천역 앞에서 바라보면 왼쪽에서 세 번째 곤계란 집입니다.
*춘천 가면 꼭 한 번씩 들러 보시길.
*블루스를 들으며 타고 가는 경춘선 기차속에서 아..정말 좋구나 우리나라..라는 생각을 내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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