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북한강 기슭에서-고정희

monomomo 2003. 11. 30. 14:27




북한강 기슭에서-고정희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 위로받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서로 등을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서 등을 기대지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건너지 못할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미루나무 잎새처럼 안타까이 손 흔드는 두 눈에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상에 안식이 깃드는 황혼녘이면 두 눈에 흐르는 강물들 모여 구만리 아득한 뱃길을 트고 깊으나 깊은 수심을 만들어 그리운 이름들 별빛으로 흔들리게 하고 끝끝내 못한 이야기들 자욱한 물안개로 피워 올리는 북한강 기슭에서, 사랑하는 이여 내 생에 저셔줄 가장 큰 강물 또한 당신 두 눈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냥,,,그저,,,그렇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적선.  (0) 2003.12.12
어떤 정물  (0) 2003.12.06
마지막 잎새  (0) 2003.11.29
미친 짓.  (0) 2003.11.25
질긴 생이여!  (0) 200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