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의원을 다녀 오다가 친구랑 저녁을 먹기로 했다.
친구가 가르쳐 준 곳을 물어물어 가기도 그렇고해서 택시를 탔는데
내릴 곳에서 문을 열고 막 내리려는 순간
오토바이 한대가 키~익~!! 하는 급제동 소리를 내며 내 몸 바로 앞에서 턱 멈추는 것이었다.
얼마나 놀랐던지.
택시 운전사도 멍!!
나도 멍!!
오토바이 운전사도 멍!!
모두 멍하니 몇분을 그렇게 서 있었다.
심장이 어찌나 벌렁거리던지 한 발짝도 떼기 힘든 순간이었다.
이십년 전 그런 일이 또 한번 있었었다.
커브를 막 돌아 서려는 순간 어떤 풀이 눈에 들어 와서 잠시 1초 정도 서 있었는데
바로 그 때 트럭 한대가 내가 꺾으려고 했던 그길로 곤두박질을 하면서 3명의 사람을 친 것이다.
한 명은 즉사를 하고 두명은 피칠갑을 하고 병원으로 후송이 되었다.
멍하니 한참을 서 있었다.
역시 심장이 벌렁거려 움직일 수 없었다.
두 사건 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비명횡사나 노상객사는 하기 싫다.
누구나 마찬 가지 일 것이다.
마흔을 훌쩍 넘어 오십을 향해가니 지금 죽는다해도 요절했다는 말을 들을 나이는 아니다.
한 때 천재도 못되니 요절할 팔자도 아니다라고 웃으면서 이야기 한적이 있다.
죽는 건 상관 없지만 곱게 가고 싶다.
먼지로 환원 될 수는 없겠지만 곱게.
열심히 놀았다.
열심히 일 했다.
열심히 돌아 다녔다.
열심히 돈 벌었고 열심히 까먹었다.
열심히 살았다.
사랑 빼곤 여한이 없게 해 봤다.
나름대로 인정 받으며 다 자신있게 할 수 있었는데
사람을 마음에 들어 앉히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번 들어 앉으면 도통 내 보낼 생각을 않으니 쉬 들일 수도 없다.
수년째 내 영혼을 뒤 흔든 사람 하나 맘에 앉히고 볼 수 없어 버거워한다.
오래 걸릴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눈 꼭 감고 살다 보면 이까짓 감정 쯤이야 사라지려니 했는데.
힘들어도 찾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쪽으로는 발달장애인 듯 하다.
사랑도 할 줄아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삶과 죽음은 한 순간이다.
열심히 살자.
아자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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