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잊기 위하여, 혹은 잊지 않기 위하여.

monomomo 2006. 1. 26. 08:36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망각이 아닐까 싶다.
망각.
문제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망각하고 잊어야 하는 것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게 그렇게 망각하고 싶은 일이 있다.
지난 2002년 9월부터 2004년 9월까지.
그 중에서도 2003년 5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지금은 점차 그 빛이 희미해져 가긴 하지만
내 인생에서 영화처럼 편집 해 버릴 수 있다면 잘라버리고 싶은 시간이다.
영화를 실패한 후 나는 저 해를 꼬박 죽은 듯이 지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그것이 자기 의지로 쉬는 것이 아니고
무기력증에 빠져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시간이었기에 힘들었다.
사람을 안 만나는 일은 고사하고 눈을 뜰 수 조차 없어서 글 한줄도 영화 한편도 보지 못했다.
하루 종일 말이라곤 한 마디도 안 하고 외출이라곤 라면이 떨어져야 겨우 집앞 슈퍼까지 가는 것이 고작이었으니까.
집 안에서도 침대 밖을 거의 떠나 본 적이 없다.
일단 컴퓨터를 키고 음악을 걸어 놓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채 칼날 같은 시간을 쪼개고 있었다.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았던 시간을.
주변의 권유에 동의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나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애를 많이 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마운 사람들이다.
몸은 젖은 솜뭉치마냥 무거웠고 마음은 어둠속에 갇힌 듯이 캄캄했으며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나를 유일하게 거둬주는 것이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음악이었다.
그때의 내 심정하고 딱 코드가 맞아 떨어졌던 음악 블루스.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나는 음악과 나를 동일시해서 빠져 들었었다.
24시간 아니 25시간 음악만 들었으니까.
블루스를 듣다 보면 그 선율이 어찌나 가슴을 후벼파는지 나중엔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기진맥진해지곤 했다.
그 블루스를 끊은지 일년이 되어간다.
마음이 추스려지니 듣기 버거운 음악이 되어버린 것이다.
가끔씩 듣기는 하지만 음악과 함께 동시에 살아나는 악몽같은 시간이 아직은 버거워 금방 꺼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좋은 음악임엔 틀림이 없다.
어쨌든 힘겨운 시간을 나와 동행하며 잘 지낸 친구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니까.

 

기억 속에서 어떤 생각이 사라져 간다는 것.
꼭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일생에 단 한번의 연사로 끝나버린 사랑에 대한 기억마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100일을 만나고 10년을 헤맸으니
사라져간다기 보다고 내 마음 안에서 놓아버리고 싶은지도 모른다.
잊혀질 법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생이 내게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지금 누리는 이 평화로움이
어쩌면 저때 저 혹독함 뒤에 오는 등가교환[等價交換]과 같은 것이 아닐까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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