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속이 다 후련하다.

monomomo 2006. 3. 16. 21:43

 

팔 치료를 받기 시작 한지 3개월째.

통증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고 더 아픈 것 같다.

뭐 이런 게 다 있는지.

이럴 땐 정말 잘라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 한달 동안 어찌나 된통 아팠던지 깊은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다.

목에 걸려서 밥도 넘기기 힘들어서 거의 굶다시피 하며

시나리오를 쓴답시고 머리털 쥐어 뜯으며 밤을 꼴딱꼴딱 샜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웬 날 벼락인가?

후배 피디가 와서 지금 쓰고 있는 아이템 이야기를 해 줬더니

글쎄 모 방송국에서 미니시리즈로 나왔다는 것이다.

18부작인데 그걸 지금 6부째 보고 있다.

눈 튀어 나올라고 한다.

3분의 1가량 썼는데 저걸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무엇을 썼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썼느냐가 중요하긴 하지만

큰 줄기가 같으니 지엽적인 것들이야 설사 다르다 할지라도 같은 거나 진배없어 어쩔 수가 없다.

감독이 결정을 내리겠지만 드라마를 한 부 한 부 볼 때마다

아,,,이번 것은 포기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어쩐지 뭔가가 걸리더라니 이런 것이었나 보다.

그래도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안 그랬으면 표절 시비 붙을 뻔했다.

게다가 그 작가와는 잘 아는 사이라서 쪽이 있는대로 팔릴 뻔 했다.

이 놈의 팔 아픈 거 참으면서 썼다는 것이 제일 억울하다.

며칠 쉬고 다시 심기 일전해서 또 작업이야 시작하면 되는 거니까.

내 사전에 안 되는 건 없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안 되면 되게 하라고 늘 아이들과 복창하였듯이

다 쓰고 나서 알게 된 것 보다야 좋은 일이다 생각하며

다시 시작 하는 것이다.

웃자.

죽어 가는 여자와 한참 동안 같이 살 생각을 하니 끔찍 했었는데

차라리 속이 다 후련하다.

 

꽃망울이 터질 때 쯤엔 꽃도 아닌 내 가슴은 왜 이렇게 터지는지.

 

 

 

거울이 되어 - 김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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