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장
방장스님의 방.
우측 상수 병풍 앞에 돗자리가 깔려 있고 거기에 방장스님과 탄성스님이 마주보고 앉아 있다.
무릎꿇고 있는 탄성.
방장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탄 성 스님
방 장 …….
탄 성 방장스님.
방 장 (바로 보며) 으응.
탄 성 아무래도 도법스님을 병원에 입원시켜야겠습니다. 증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방 장 보약을 멕여보지 그래.
탄 성 기력이 쇠잔해서가 아닙니다. 마(魔)가 씌운 것 같습니다.
방 장 그냥 둬.
탄 성 어젯밤에는 저에게 와서 망령이 불상을 부수려 하니 막아달라고 애걸하였습니다.
방 장 흔히 있는 일이야.
탄 성 색계(色界)에 사로잡혀 정사(正邪)를 분별치 못하고 있습니다. 스님께서 직접 만나보심이 어떨는지요.
방 장 번뇌망상도 다 지 복인 게야.
탄 성 이제 와서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외람된 줄 아옵니다만 도법당은 불상제작의 적격자가 아닌 듯 싶습니다.
방 장 하하하 불상이 뭐 별 거더냐. 그저 돌멩이야. 그 돌멩이로 되벱이가 법을 본다면 그것으로 족한 게지.
탄 성 색계에 집착함도 법을 구할 수 있다는 하교이십니까?
방 장 어떤 사람은 죄 한번 짓지 않고서도 법을 보지 못하고, 어떤 사람들은 살인을 하고서도 깨우치는 사람이 있다……. 탄성아.
탄 성 예.
방 장 어떤 두 녀석이 나무토막에다 각기 붓글씨를 쓰고 나서 대패로 밀어보았어. 한 녀석은 댓번 미니까 먹물이 안 보였고 다른 녀석은 삼십번을 밀었어도 먹물이 남아 있었지. 인생은 그렇게 사는 거야. 이것저것 따지게 되면 엷은 글씨가 돼버려.
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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