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흔들리는 집

monomomo 2007. 2. 8. 02:48
 

흔들리던 집이 이제 가라앉을 것도 같다.

연말에 두명의 조카가 두 아이들을(합이 넷, 도합 여섯) 데리고 와서 자고 간 이후부터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연말 년시에 이어지던 몇 번의 외출과 가출, 그리고 방문들.

 

미국에 사는 친구를 제외하고 사방에 흩어져 살고있는 다섯명의 친구들이 한 명의 남자 선배를 포함해서 와서 자고 갔다.

앞 집 남자가 이사를 갔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또 문짝 어딘가가 찌그러졌을지도 모를만큼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면서 놀았다.

매일을 그렇게 놀라고하면 힘들겠지만 흔치 않은 일이니까 좋았다.

말끝 어디를 이어서 말을해야 할지 모를 끊임없이 이어지는 남편 이야기와 아이들 이야기.

그래서 난 술을 홀짝거리면서 그냥 무수리를 했다.

군대를 제대한 아들도 있고 대학을 다니는 딸도 있고해서 그런지 예전엔 하지 않았던 와이담, 그리고 부부관계, 외도하는 남자들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하는 그네들을 보면서 세월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남자 선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이야기.

에이-고 2때 펜팔로 만나서 결혼했다.

비-자기 아니면 평생 결혼도 못하고 살 것 같은 남자와 교회서 만나서 결혼했다.

시-초등학교 동창과 결혼했다.

디-중매로 선생님과 만나서 결혼했다.

이-교회서 선생님과 만나 결혼했다.

디-마음에 무수한 여자를 품고도 종자 개량을 해 볼까하고(참고로 이 남자 선배 키가 작다) 덕대 큰 여자랑 결혼해서 살다가 이혼했다.

어쨌든 그냥저냥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행복하게 잘들 산다.

웃겼던 건

남편 이야기를 하면서 좋았던 이야기 그리고 패 죽이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하호호 거리면서 하고 난 끝엔 꼭 나더러 시집 가지 말라고 한마디씩 한다.

애들 이야기도 마찬 가지다.

좋았던 이야기 힘들었던 이야기 등등,,,역시 하하호호 거리면서 하고 난 끝엔,,,넌 시집 가지마라.

결론은 내가 부럽단다.

 

기억나는 이야기 몇개.

 

남편의 외도에 대한 각자의 생각들.

-나만 모르면 그뿐이다. 이유인 즉은 그러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없고 남편도 남자다.

-절대 그럴 리 없다. 결혼 전엔 몰라도 결혼 이후엔 없었다. 확신한다.

-관심없다.

-나 이전에도 없었고 나랑 결혼한 이후는 당연히 없었다.

-그냥 믿는다. 그럴 위인이 못 된다.

그에 대한 남자 선배의 반응.

-니들이 숫컷을 알어? 남자는 말이야. 같이 있을 때만 내 남편이려니 생각하고 살면 돼.

그 말에 친구들, 길길이 뛰며 반기를 들고 일어났지만 끄떡도 않는 선배.

자연스럽게 거시기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여기서 거시기라함은 부부관계와 사이즈 굵기 등등을 남자 선배가 있거나 말거나 웃고 떠들면서 했다.

어찌나 웃었던지 뒤로 넘어져서 오디오 케이스 모서리에 뒷통수를 찍혀 메추리 알만큼 부어 올라 지금도 아프다.

난 내 친구들이 저렇게 입담이 좋은지 이번에 알았다.

말끝엔 또 내 반응을 살핀다.

뭘 아냐는 식의 표정으로 넌 모르겠지만..이라 말한다.

알아는 듣는다고 응수한다.

그런데 정말 모르는 말도 많았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난 그쪽으론 그닥 관심이 없다고 했더니 한마디씩 했다.

애 낳고 살던 우리도 이제 귀찮아.

예전엔 쪽도 팔리고 챙피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성적으로 무심한 0.0001 % 있다는 그 희귀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 한 후엔 다만 나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생각해버렸다.

게다가 마음에 사람 담는 것마져도 힘겨워 하는 내가 어찌 몸까지 치대면서 사랑을 나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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