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냐?
나는 나다.
나 이전에도 나였고 지금의 나도 나며 나 이후에도 나일 나.
이 뭐꼬 이 뭐꼬의 연장 선상에서 계속되는 이 뭐꼬?
100정 짜리 수면제 중에서 남은 두알을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벌써 두 병째다.
술이 아니라면 200 정의 수면제 덕에 지금까지 살아냈구나 싶어 씁쓸했다.
기 치료를 받으면서 내내 한 가지만 기도했다.
낫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런데 1원어치도 변화가 없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치료를 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안타까워서 조금 나아지는 것도 같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밤이라도 샐 양으로 온 몸을 짖 눌러 댈 판국이었다.
어찌나 아프던지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어쩌면 24시간 1초도 쉼없이 저려대는 이 팔저림의 순간조차 없었다면 지난 시간을 더 견뎌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여, 위안을 삼아 본다.
라면 냄비 하나 제대로 들 수가 있나? 그렇다고 과일 하나를 제대로 깍을 수 있나.
멀쩡하게 달려서 겨우 키보드나 딸칵대며 누룰 수 있을 뿐인 무늬만 손인 손.
팔 저림이 날 그나마 잠시잠시 순간들을 넘기게 하는 시간 죽이기 쉽게 해 준 도구였을지도 모른다는.
어찌하여 나 아닌 내가 내가 되어 나보다 더 나인양 머리를 시끄럽게 하는지.
이제는 슬슬 나로 돌아 갈 때도 되었건만.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이라 하였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