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죽다가 살아났다.
아니 지금도 기진맥진이다.
기를 받은 건지 빼앗긴 건지
온 몸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찔러대더니
팔에 메추리알 반으로 쪼개 붙여 놓은 듯이 부어 오른 곳에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종일 아무 것도 못하고,
심지어 생각 조차 못하고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음악도 들리는 듯 마는 듯
멍하다.
전화가 왔다.
어떻냐고.
별 뭐,,그저 그렇다고 그랬더니 또 가잔다.
켁,
생각해 보구요.
뭘 맨날 생각 해.
그러게요.
지금 같은 마음이면 딱 안 가고 싶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모르겠다.
허기가 져서 뭐라도 먹어 볼까하고 냉장고를 열었다.
친구가 가져 온 깍두기와 김치가 맛이 있었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냉동실엔 고기가 가득 차 있다.
돼지고기, 소고기 족히 스무근은 사 온 것 같다.
일년에 고기를 한 번 살까 말까 하는데
친구들이 고기를 어마무시하게 사 와서 어찌 할 줄을 몰라하는 날 제끼고
비닐 장갑을 달래더니 한 번 먹기 딱 좋을 만큼 낱 포장을 해서 냉동실에 차곡차곡 쌓아 놓고 갔다.
저 냉장고 사고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니 내 일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생에 단 한번도 삼겹살이 먹고 싶었던 적이 없던 나로서는
저 고기를 다 어쩌나, 무지 걱정 된다.
김치 찌게에도 멸치를 넣고
미역국에도 홍합을 넣고
무국에도 황태 포를 넣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다.
내 고기 먹는 양으로 봐선 평생을 먹고도 남을 양인데
그냥 두면 상할 텐데 잔치라도 벌려야 할 것 만 같다.
잔치도 걱정이다.
이 며칠 어마무시하게 말 잘하고 말 많은, 게다가 빠르고 목소리까지 큰 사람들을 연짝 만나서 그런지
사람 모이는 것도 겁이 난다.
뭔 소리를 들었는지 기억에도 없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거두절미하고 짤라 말하는 스타일 상 곤혹스러운 일주일이었다.
어쨌든 기 치료.
정말 무섭다.
기진맥진기진맥진.
그나저나 뭘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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