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저냥,,,,

monomomo 2007. 4. 5. 03:04

오늘 하루는 거의 전쟁을 치르듯이 컴퓨터와의 싸움이 있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에러들이 일어나 버라이어티 쑈를 하는 듯했다.

화요일에 다시 설치했는데 알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 또 다시 설치했다.

그래도 별반무.

거의 인내력 테스트를 했다.

클래식 화일 하드 하나를 날렸다.

띡띡 소리가 나더니 읽지도 못하고 인식도 안되고 거의 쌩쑈를 하더니

재부팅을 했더니 다행이 보인다.

귀신이 곡 할 노릇이다.

분명 하드에 담겨 있는데 눈에는 안 보여서

데이터 복구 프로그램을 돌려서 지금 복구 중이다.

 

어젠 간만에

간만이라기 보다 처음으로 한 아이를 만났다.

고향 후배? 나이는 동갑이지만 후배는 후배였다.

전화번호부에 조차 명기 되지 않은 아이.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 봤으니까 몇년만인가?

갑자기 며칠 전부터 그 아이가 전화를 걸어 오더니

서울에 왔으니까 한 번 보잔다.

봤다.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그러니까 생전 처음 그 아이랑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고생고생 하면서 자기 살아 온 이야기를 했다.

내가 물었다.

왜 내가 만나고 싶었어?

 

그 아이의 아버님과 우리 아부지는 나이차는 많지만

근동에 보기 드물게 동경 유학을 하셨던 분들이었다.

하여 아주 가깝게 지냈다.

가깝게 지냈다기 보다도 그 아이 아버님은 거의 우리 집에서 사셨다.

젊어 한 때 아편을 하셔서 깡말랐다는 소문이 있으셨던 분이었는데

난 그 분을 좋아하지 않았다.

꼭 해도 뜨기 전에 어둠만 살짝 가시면 오시는데

밖에서 꼭 '으흠 흠흠' 이렇게 인기척을 하시고 들어 오신다.

새벽잠을 깨는 것도 싫었지만

늘 아부지랑 같이 온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시면서

신민당이 어떻고 공화당이 어떻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 놓으시는 것이 싫었다.

그리고 내 아부지를 차지하는 것도 싫었다.

아침 밥도 엄마, 나 아부지, 그 아저씨 이렇게 넷이 먹었다.

그런 아저씨가 있었고 내 기억에선 사라졌다.

그 아이가 말하기 전까지도 잊고 산 일이었다.

그 아저씨의 아들이다.

"니 아부지랑 울 아부지랑 친했잖냐?"

"응"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지내선 안 될 것 같아서"

"???"

"어르신들의 인연도 있는데 집안 대소사도 챙기고 왕래도 하고 그러고 지내야지 도리 아니겠냐?"

헉,

"글세, 난 그런 거 잘 몰라서 말이야"

"집에 오면 전화하고 좀 들리고 그래라"

"그러마"

등등.

막차 타고 내려갔다.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일요일에 뭐 할거냔다.

"놀지"

"노니 좋냐?"

"응. 하하하"

"사람이 생산적일 일을 해야지 놀면 쓰나?"

얘가 왜 안하던 말을 하고 이러나 싶었다.

"동창회나 가자"

헉,

왜들 이러지?

여성 영화인회, 영화인협회, 제작가 협회, 뭐 가입을 할라치면 무지 많지만

그 흔한 계 하나 없고 심지어 어떤 동창회도 회원으로 가입한 적이 없다.

-하나 있었다- 조감독 협의회. 선배 조감독이 무조건 가입하라고 협박해서 가입했던-

회원이라고는 인터넷 싸이트 가입이 전부인 나.

-친한 친구 일곱명이 "살판 났네" (이름은 내가 지었다)라는 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 작년 8월, 회칙도 만들었고 기타등등 계획도 세워 와 나더러 총대를 매라는데 아직도 못 만들고 있다. 총대 맬 사람을 잘 못 선택 한 것을 아직도 눈치를 못 챈 것일까? 아님 부러 내게 총대를 매라 했을까?-

 

취미인 먼지 쌓아 두기와 특기인 어지르기를 그만 둬 볼까 하고 집안을 둘러 보다가 포기한다.

그나마 자신있게 잘하는 건데 싶어 내비 둔다.

마음의 짐을 놓았다고 해서 생활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머리털 쥐어 뜯으면서 헤매지 않는다는 것 뿐.

삶은 늘 예상치 않는 복병들로 가득찼고

예고치 않고 찾아 오는 이것들과 부딪치며 사는 것이다.

오늘 컴퓨터가 내 속을 썩였듯이.

역시 난 기계랑은 영원히 친해질 수 없나보다.

 

음악이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자면서도 들었던 음악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징조일까?

 

여전히 쓸쓸하다.

오늘 별명 하나를 얻었다.

난생 처음 들어 보는

곰/멧/돼/지

그 아이 눈엔 내가 멧돼지로 보였나 보다.

어떤 의미로 말을 한지는 모르나

설사 나쁜 뜻을 지녔다 할지라도

무어라 말해도 밉지 않음에 허허 실실 웃음만 나왔다.

허나 어쩌랴~~!!

곰이든 멧돼지든 쓸쓸한 건 쓸쓸한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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