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그냥 저냥

monomomo 2007. 3. 22. 00:18

뜽금없이 내용장이 송달 되었다.

 

기억에도 없는 고리고리짝 할아버지 아부지 시절의 땅 어쩌고 저쩌고를 팔고 샀는데

상속 뭐 어쩌고 저쩌고 포기 각서인지 이의 제기인지 할 기회를 준다나 어쩐다나.

머슴을 셋씩이나 둘 정도로 갑부였던 할아부지가 아들들을 줄줄이 낳았으니

땅이 나뉘고 어쩌고 하여 자손들이야 다 그만그만하게 살았는데

어째서 그것이 나한테까지 연이 닿아 무지하게 어려운 법적 용어가 섞인 내용장을 받고 고민을 하게 하냔 말이다.

내 일찌기 사전보다 더 재미난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알만한 단어는 다 안다고 건방을 떠는 관계로다가 어렵고 골 아픈 단어들을 피해가며 나불거리는데

도시 저 법률용어들을 이해하는데는 단어를 아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왜 국가는 세종대왕이 만든 좋은 한글을 두고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 담긴 서류들을 이 어여쁜 백성에게 보내는지

알 수가 없다.

 

,,,,,

뭐 등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내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 땅이 내 땅이 되나?

그런 건 아니지 않는가?

민족 주의에 관한한 나처럼 게으른 자에게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보도 듣도 못 한 땅

관심도 없는 땅

지금 와서 나더러 뭘 어쩌라는 것인지.

 

 

몇 해전 포기 각서를 썼다.

상속 포기 각서.

작은 아버님이 말리고 두루두루 말렸지만

난 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쩌면 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 어머님이

본인이 낳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는데 내가 뭔 할 말이 있었겠는가?

그러저러한 끈으로

혈족이라는 이유로

연루되고 싶지 않았었으니까.

거기서 끝나는지 알았는데

또 있었다.

어디로든 직방으로는 통하지 않는 내 출생 성분상

난 개 밥의 도토리인가부다.

이쪽에서도 포기 해라

저쪽에서도 포기해라.

아니 포기하기 이전부터 내 앞으로 올 것들이 사라져 버린다.

참 다행인 것은

내가 그닥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영 없는 것이 아니니 이리 쓸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런 것에 연연해하고 살았다면

난 벌써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는데

이제와서 뭔 포기?

어쨌든 왜 나한테만 다 포기 하라는지.

것도 힘들다.

포기하기 이전에 가진 적도 없는데...

 

속없는 나는 쌔빠지게 돈 벌어서 집을 지어 드렸는데

그 집이 만일 내가 지어드린 집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 조차도 팔자고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어머니

제 속을 그리 갉아대면

당신 속은 좀 편하신가요?

그렇다면 제가 달게 받아야겠지만

다음 주에 교회가서 회계 할 일은

더 이상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참고로 어머님 연세 90이다.

나이가 90이 되도 욕망은 사라지지 않나보다.

무섭다.

 

아부지.

언제나 그랬듯이

당신이 몹시도 그리운 밤입니다.

당신이 살아 계셨어도 제가 오늘 날 이런 내용장을 받았었을까요?

 

 

보고싶군요.

쓰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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