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왜 이렇게 춥지?
그해
정처없이 길을 떠났다.
계획없이 갔다가
계획없이 돌아왔다.
나의 즉흥성이다.
계획
언젠가 부터 개인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는 나를 봤다
실천도 못할 계획을 세워 뭣하리싶어 그랬나보다.
나의 길 떠남은 항상
그곳이 좋아서라 아니라
이곳이 싫었기 때문에 떠난 거라서 그런지
그닥 이득도 없이 돌아 왔다.
도돌이.
잠시의 공간이동이 주는 생경함에 홀려있다가
어느새 나로 돌아오곤했던 기억이
이번 여행을 주저하게 한다.
공
허
딱히 고민은 없다
걱정 거리도 없다
그냥
그렇다
겨우겨우 맘 좀 다스릴 수 있겠구나 싶을 때였는데
하필이면
그 친구가 갔다.
여행은 가끔 무섭다.
이상하지,,,
난 왜 좋은 걸 보면 죽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회색빛 하늘과 맞닿아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하늘인지 분간 할 수 없었던 대서양의 모래밭에서
작고 이름없는 들꽃들이 만발한, 사방을 둘러 봐도 끝이 없었던 몽고의 초원에서
이대로 방향키만 돌리지 않으면 그대로 바다로 직행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던 사뽀로의 스키장에서
끝없이 내달려도 똑 같은 침엽수림들로만 이어지던 중국 어느 길에서
콜로라도 강줄기가 한오라기 실처럼 보일만큼 아찔해서 한 발짝발 헛딛으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했던 그랜드 캐년에서
억겁을 살아 온 빙하를 보면서
에메랄드 빛 잔 물결의 그림자가 바닥까지 비춰지던 태평양 어느 섬에서
황금빛 스카프처럼 빛나며 해가 지던 노을을 보던 언덕에서
눈조차도 뜨기 어렵게 치솟아 오르던 태양을 보던 바닷가에서
귓바퀴에 돋아난 솜털을 싸고 돌던 바람을 맞던 방파제에서
브이 마크 형의 포말을 만들고 사라지던, 스크류 돌아가는 걸 보던 뱃머리에서
갈치 비늘 빛나듯이 파도의 물결이 한 줄기로 반짝이던 바닷가에서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마른 풀 사이로 부는 바람을 즐기던 언덕에서
난 항상 죽음을 떠 올렸다.
아련함
아득함
막연한 그리움 같은 이 외사랑.
그 어딘지도 모를 그 곳에 대한 경외감에
사로잡혀 홀려 있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죽음은 내 몫이 아닌지 내 차지가 못되고 있다.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나라들을 돌아 다닐 때
방향치인 내가 그럴 수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금새 알아차렸다.
그곳들은 잃어버릴 길이 없다는 것을.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던 말던
내가 춥거나 아프거나 아무상관없이
머리카락은 빠지고
손톱은 자라난다는 것
재밌다.
어느해 무척이나 손톱에 연연해 했던 때가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열손가락 다 생 손앓이를 했다.
봉숭아 꽃 물을 들였던 해였다
-봉숭아 꽃물을 들일 땐 그게 이뻐서가 아니라 엄마가 봉숭아 꽃잎과 잎사귀에 백반을 짛쪄 손톱에 얹어주며 자기를 생각하라 하시던 기억이 좋아서 가끔 들였다-
내 생각이 손톱이 얼만큼 자라나야 끝을 보게 될까라는 씨잘떼기 없는 의미부여를 했었다.
실수로 잘려졌지만.
아픔없이 부러진 손톱을 보면서 어찌나 서럽게 울었던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사진으로 담아 놨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돌보지 않아도 잘도 자라는.
나는 가끔
때로 때때로
손톱이 되고 싶다.
잘려나가도 아픈지 모르고 또 잘도 자라나는
-생손 앓던 손 끝과 부러진 손톱-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집에 와서 다시 찍었다.
-비행기안에서 부러졌나보다-
부러진 손톱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날 보고 후배 왈
“별걸 다 가지고 그러네요. 손톱이야 또 자라는 건데 참.”
“그래, 그렇지 뭐.”
그리 대답 해 놓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손톱이 이 손톱이 아니잖아.
소중하게 싸서 간직했던 그 손톱은
어느날 기억을 버리듯이 버려 버렸다.
여전히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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