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저,,,그렇게

어떤 선물.

monomomo 2007. 6. 9. 00:10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아이를 보내고 나서 손가락 조차도 움직일 수 없어 이제야 고마움을 전한다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아이를 잃은 참척의 고통 속에서 힘들어 할 친구를 생각하면

아프다.

부모를 잃은 천붕의 아픔도 동반자를 잃은 절망의 고통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잊혀진다고 하지만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은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오죽하면 부모는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였을까.

 

그 사이,

또 하나의 상갓댁엘 다녀왔다.

"애 많이 썼어요. 힘들죠?"

"아니요. 아버님이 선물을 주시고 가셨는데요 뭘."

그랬다.

그에게 아버님이 가신 것은 선물이었을지도 모른다.

빚이 10억도 넘는 그는 영화사 사장이다.

어찌어찌하여 영화를 만드는 족족 흥행에 실패를 했다.

투자 받은 돈까지 잃은 걸 따지면야 50억도 더 족히 까 먹었을 것이다.

그의 아내는 내가 참여한 작품에 홍보실장으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세상 어디 내 놔도 말 들을 일없이 착한 그들.

그녀가 결혼하기 전부터 시아버님은 편찮으셨다고 한다.

20년 동안 투석을 하셨고 병원에 입, 퇴원하는 걸 밥 먹듯이 하시다가

급기야는 1년 정도 24시간 대기조로 들어가 부부가 병 간호를 들었어야 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애들 밥해서 먹여 학교를 보내고 병원으로 달려가서 병 간호를 하다가

남편이 퇴근하면 바톤 터치를 하고 집으로 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또 아버님 못지 않게 상황이 좋지 않는 시어머니를 돌 보고,,,

그 와중에 친정 아버님 그 비스무레하게 보내고.

그러기를 20년.

허니 아버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이 대충은 이해가 간다.

 

그 여자.

남편이 생활비는 커녕 빚만 잔뜩져서 그나마 시간이 나면 프리렌서 카피라이터를 해서

기저귀 값 벌어 아이들을 키웠다.

차라리 가신 것이 아버님이 더 편안해 보일 정도였다고 하니 말 다했다.

어쨌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고생에서 벗어났으니(이런 표현이 좀 그렇긴 하지만)

이젠 좀 남편의 일도 잘 풀리고 모든 것들이 다 잘되기를 바래 본다.

말이 그렇지 20년을 병간호를 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고 명랑하고 씩씩하게 사는 그들 부부에게

진짜 선물인(여기서 단지 물질이라는 뜻이 아니라 청춘을 바친 일에 대한 보상같은) 대박의 행운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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