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길에 생각한 건
집에 가자마자 유서를 쓰는 일이었다.
이 몸뎅이 하나야 그져 불에 그슬려 가루내 뿌려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랍시고
시골에 지은 집 한채와 땅 몇뙤기,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전세금과
살아 생전에 무슨 일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는(예를 들어 암이 걸렸다거나 다리 몽뎅이가 짤렸다거나)
나 죽으면 수 억이 나온다는
남편 삼아 들어 놓은 각종 보험(한달에 60만원 가량 들어 간다)의 피 보험자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괜히 그거 정하지 않고 덜컥 죽어버리면
법적으로 줄긋기가 된 조카애들끼리 괜히 낯 붉힐 일 생길까봐.
내 재산 상속자는 이미 정해져 있다.
몽땅 다 시각 장애자들에게 증여 할 것이다.
내가 만일 가수라거나 작곡가였다면
청각 장애자들을 위해 남겼을 것이지만
내 살아 생전에 이 블로그질도 그렇고
혹가다가 실수로 책을 내도 그렇고
연극, 영화, 드라마만 만든 사람이라
보지 못 한 자들을 위해 아무일도 하지 않았으므로.
그런데 중간에 선배랑 후배랑 이번 사건 대책을 세우며 술을 진탕 마셔서 못 쓰고 말았다.
출근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난 두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좋게 말하면 집중력, 나쁘게 말하면 단순한
멀티 대가리는 아닌 것이 틀림이 없다.
술이 안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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