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매일 프로그램 원고를 써서 먹고 산 적도 있었던 시절도 있있는데
오늘 진 종일 겨우 에이포 용지 한장 썼다.
어째서 돈 되는 일을 하려고 맘만 먹으면 글 쓰는 것이 늘 아프게 다가 올까?
미스테리다.
지지난 해, 3천만원 받고 시나리오 하나 넘기고 나서 5천만원어치 아팠던 기억이 있다.
주제에 무슨 인권이 어떻고 하나님의 크신 사랑이 어떻고 하면서 인권에 인자도 모르는 삼마이 기독교 신자가 썼던 것이니 아직 영화가 안 된 것은 자명한 일.
게다가 3~4개국을 돌아 다니며 로케이션을 해야 하는 작품이고 보니 요즘 영화계 동정으로 봐서 투자 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엔 너무나 아파서 중간에 시나리오 쓰기를 포기 한 적도 있다.
죽어 가는 여자 이야기였는데 내가 죽을만큼 아파버린 것이다.
주인공이 아파서 점점 죽어 가는데 나도 같이 죽어 가는 것처럼 아팠다.
다시는 그런 걸 쓰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 코미디 기획을 해서 10월엔 취재를 떠나기로 스케줄을 잡아 놨는데,,,여차저차 이러저러한 음모를 꾸미고 다시 아픔 속으로 뛰어 들었다.
똥폼을 잡고 글쟁이가 되서 어쩌고 저쩌고 할 것이라고 깝쭉 댈 때 누구나 소녀적 시절에 한 번쯤 꿔 보는 꿈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장래 희망 란에 소설가라고 턱하니 써 낼 때만해도 주변에서 응당 그리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는데 난데없이 영화쟁이가 되어있는 나를 보고 적이 놀라는 눈치들이다.
내 안에서 꿈틀대던 그림 그리기 작업에 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안 내력이 그림을 잘 그리는 집안이다.
헌데 나만 그림을 못 그린다.
못 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 할 만큼이다.
이 앞번에 그린 고양이를 보면 뭐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다시 보니 수염을 그려 넣지 않아서 고양이스럽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난 분명 고양이를 그린 것이다.
여러가지 상황상 누구에게 뒤쳐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 뭐든 열심히 했는데 그림은 내게 있어 아무리 어찌해도 도리없는 취약점 이었다.
하여 그림 보다 더 자세히 쓰고 그림보다 더 정밀한 사진과 영화에 관심을 가진 것인데
당시만 하더라도 딴따라라고 어디 명함도 못 내밀던 때라 내 거룩한 음모는 꿈과 함께 숨어 지내야만 했다.
심지어 아버지는 내가 영화를 한다고 하자 자기 핏줄이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했었다.
-아버지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아버지 닮은 것이라면 뭐든 좋아라 했다. 투베르클린 반응 검사를 해서 불 주사를 안 맞았을 때도 나는 좋아라 했다. 그제 병원에서 폐가 좋지 않다는 말을 할 때도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폐결핵을 앓으셨고 나는 그의 딸임이 증명되는 일이라고 여겼으니까-
어쨌든,
그림을 못 그렸던 열등감이 글을 쓰게 했고 영화를 만들게 했다.
아몰랑,
멍석을 깔아 주면 하던 일도 못 한다 하더니만 딱 그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여기서는 주절주절 잘도 떠드는데 워드 페이지만 펴면 가슴이 옭죄 온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칼을 뽑았으니 말 마따나 썩은 호박이라도 잘라야 하는데,,,
이 속도로 나가다간 오십만년 후에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 할 것 같다.
에라 모르겠다.
사랑 타령이나 들으면서 생각이나 마져 정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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